유나의 거리
유나의 거리

연출 임태우 출연 이희준, 김옥빈, 신소율, 이문식
방송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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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헌날 재벌, 신데렐라, 출생의 비밀 등의 막장 양념들로 더럽고도 느끼하게 버무려진 쓰레기들 투성이라 '정도전' 종영 후에는 한 동안 드라마와 담 쌓고 지내던 나와 내 마눌님. 지난 화요일 밤에 무심코 채널을 만지작 거리다가, 오랜만에 보는 혀 짧은 두 남녀의 '떼떼떼' 소리에 불쾌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하여, "아, 다른 채널 돌려보자!" 하다가 이 보물을 발견하였다.

그러니까 제17회 에피소드인 셈인데, 사전 지식 없이 도중에, 그것도 약 5분 정도만 봤는데도 느낌이 제대로 왔다.
결국 끝까지 보고나서 이 드라마에 대해 검색해 보니 역시나!!!
Loser 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엮어내던 김운경 작가의 작품이었어!
우리 부부 모두가 이 작가 fan 이라 너무나 반가웠다.

당장 마눌님의 오더가 내게 떨어졌고, 포털 정품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편당 700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구입하기 시작하여 1편부터 정주행을 시작했다. 현재 4편까지 보았고..
60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길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등장 인물들은 김운경 작가의 전작들에서 조금씩 변주된, 나쁘게 말해선 복제품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런들 어떤가. 공중파에서 하는 개 쓰레기 드라마들 보다야 훨씬 나은데?
이희준이 연기하는 건실한 청년은 '서울뚝배기'의 최수종과 '서울의 달'의 최민식이 연기한 인물 둘을 합쳐놓은 셈이고, 김옥빈이 연기하는 인물은 '서울의 달'의 한석규의 여성 버전이라고나 할까. 특히 정종준이 연기하는 왕년의 주먹 할아버지는 '서울 뚝배기'에서 나온 '껄랑요?' 주현씨의 바로 그 캐릭터다(그러나 실제로 싸움을 잘한다는 면에서는 다르지만). 이문식은 완전히 오지명..

한편, 한편 보고나면 어쩜 그리도 따뜻하고 가슴이 벅차면서도 약간의 아스라한 슬픔도 느껴지는지... 정말 드라마 보면서 오랜만에 김운경씨 특유의 뒷맛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
사족1: 한동안 맡은 역에 따라 기량의 기복이 너무 심하던 두 남녀 주인공인 이희준과 김옥빈양은 이번에 제대로 자기 몸에 딱 맞는 역할을 맡아서 아주 날아다니고 있다. 둘다 이번에 대표작 하나 만들 것 같다.
사족2: 극중에 '개삼촌'이 키우는 개 세 마리- 리트리버, 퍼그(불독?), 그리고 잡종견-의 연기력이 장난 아니다. 아.. 아파트 생활만 아니라면 정말 키워보고 싶은 놈들이다.

사족3: 무엇보다 반가운건, 이 작품이 무려 총 50부작이나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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