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광고와 의학적 사실이 혼재된 인터넷 세상에서 때로는 그럴싸한 가짜 정보들이 발 빠르게 파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버젓이 가짜 정보를 통한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도 송사에 휩싸일까 봐 입을 다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료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런 잘못된 정보 유통을 차단하고 이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사람에 대한 제재가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짜 의료정보, 사이비 의학으로 장사하는 것에 대한 고발 사이트가 해외에는 있지만 이를 국내에도 만들려면 고발을 대비해 최소 1억은 장전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도 있었습니다. (소송비 대주신다면 한번 해 볼 수도...)




무엇이 사이비다, 딱 부러지게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그 파장에 몸을 담그고 싶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돈도 없고 지식도 모자랍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가짜 의학정보나 상술에 의한 정보, 때로는 악의는 없지만 연구를 한 사람이 잘못 결론 낸 것은 티가 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가짜 의료정보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지 몇가지 팁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요즘 가짜 의료 정보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서두는 매우 사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런 서술 뒤에 결론은 타당하지 않을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료를 통해 연관성을 확인해 인과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정보 자체에 인과관계가 전혀 알 수 없는 정보라면 쳐다 볼 가치가 별로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상식적인 정보가 아니라면 말이죠.



요즘에 인터넷에 돌고 있는 정보 사례를 들어볼까 합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으로부터 암에 관한 최신 소식'이라는 가짜 의료정보는 존스 홉킨스에서 보낸 정보가 아님에도 존스 홉킨스라는 권위에 속아 많은 분들이 퍼 나르고 있고 심지어는 의학 전문지에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기사가 삭제되지 않고 올려져 있는 상황이네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권위(도그마)에 의지해 설득하려는 것이 가짜 정보의 특징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심장마비(heart attack)시에 기침을 하라고 하는 인터넷 정보 역시 로체스터 종합 병원에서 발표한 자료처럼 표기되어 퍼지고 있지만 해당 병원에서 20년간의 정보를 뒤졌지만 그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심장 학회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더 이상 퍼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죠. 권위에 의지해 설득하는 것, 사이비 의료 정보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근거를 제시하는 의료정보는 다 믿을 수 있는가? 궁금하실 겁니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근거가 되는 연구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최근에는 광고에도 연구 방법을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물론 이는 과학적인 패러다임 안에서의 근거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의료가 있고, 각 나라마다 전통적 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의 한의학 역시 그렇습니다. 효과가 있다 없다를 떠나 과학의 패러다임이 아니죠. 그렇다고 안 좋은 것, 나쁜 것이란 말이 아닙니다. 단지 과학적 패러다임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이고, 제 전공분야가 현대의학이니 과학 패러다임 안에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의학의 근간이 되는 사상이나 이론을 받아들이시고 치료를 선택하시는 것은 환자분의 선택이고 권리라 생각합니다. 그 대신 정확한 이론과 사상에 대한 정보가 공개 되야 하며 그를 바탕으로 치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겠죠. 여러 한의사 선생님들께서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시고 앞으로 치료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여러 정보들 (예를 들면 치료에 입각하는 관의 차이)이 공개되길 바랍니다.



최근 의료 광고, 건강 식품, 의료 기기 광고에는 연구 결과가 함께 소개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여기에도 '어느 의료기관 연구'라는 권위에 의지하고 싶어하는 광고 회사의 노력이 없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현혹되지 말고 데이터를 보시고 광고에서 주장하는 것과 데이터 결과와의 연관성을 잘 가려야 합니다.





의사 '이 약이면 건강문제가 다 해결됩니다.' 오리 '사기꾼!'




때로는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데 있어 통계적으로 적절하게 분석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경찰관이 많은 지역이 범죄 발생건수가 높았다고 주장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 것은 원인과 결과가 뒤 바뀐 것'이라고 금방 눈치를 채실 겁니다만, 의학적 용어로 대치되면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습니다.



혈액형 A에서 특정 질환이 많았다고 주장하면서 A 혈액형은 예방적으로 어떤 상품을 먹으라고 하는 광고가 있을 수 있는데, 데이터를 보면 여러 곳에 함정이 있습니다. A혈액형이 원래 인구 분포에 많기 때문에 해당 질병에 이완된 환자도 혈액형 A가 많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혈액형 A가 질환과 연관이 있어도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라서 예방을 위해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죠. 함정들이 눈에 보이시나요?



때로는 통계적으로 너무 그럴싸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권을 구입한 사람 중 당첨자들은 돼지꿈을 꾼 경우가 상당 수였다고 가쉽성 기사를 보셨을 때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체적으로 통계를 들어 당첨자 100명을 분석해보니 이중 80%는 돼지꿈 또는 조상 꿈을 꿨다고 말했다고 하면 마치 꿈을 꿔야 복권에 당첨되는 것 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꿈과 복권 당첨은 인과 관계가 없죠.



의료 정보 중에도 이런 오류가 종종 있습니다. 예전에 뇌종양 환자들을 대상으로 과거에 두부(머리) 손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조사한 연구가 있었는데 환자들 상당 수가 이런 질문을 받고 나서 자신의 뇌종양의 원인이 그 때 두부 손상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맞아 맞아, 머리 손상 받은 적이 있었어요'라고 대답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럴싸한 가설로 종양과 외부 충격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런 통계를 통해 두부 손상이 뇌종양 발생을 일으킨다고 주장한 적도 있었습니다. 연구 대상자들이 회상을 하는 과정에 일정한 편견(회상 편견, recall bias)을 가졌기에 이 조사는 제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고환암 환자들에 있어 고환에 충격을 받은 경험을 조사해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유방암 환자에 있어 브레지어(브라자, 브라)를 착용하는 것이 유방암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것도 있었습니다. Dress to kill이란 책을 낸 부부가 주장한 것인데 한동안 이 문제로 시끄러웠죠. 통계적으로 역시 제대로 분석되지 않아 미국 암 학회에서 잘못된 정보라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때로는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확실히 있어도 그 결과의 원인이 그 요인이라고 딱 결정하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결과의 영향을 미친 원인이 하나가 아닌 경우에 더욱 그렇죠. 제대로 된 의학 연구의 경우 이들 변수들을 통제하고 각 변수마다 연관성의 강도를 측정하여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립니다만, 홍보를 위한 정보나, 가짜 의학 정보에는 마치 이 것이 결과를 주도한 것으로 포장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질병을 위해 치료를 받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입니다만, 때로는 돈이 여유가 있어 건강보조식품이나, 의료기기 등을 구입합니다. 이런 제품 중에는 의학적으로는 별 효과가 없는 것들도 있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물을 보면 이 제품을 사용한 경우 치료 효과가 매우 좋았다고 광고합니다. 즉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투약하는 약물과 병용하는 제품으로 연구 결과에 적혀 있듯 치료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기존 약물의 효과인지, 병행 치료한 의료기기나 건강보조식품 때문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것을 악용해 과대 선전을 하는 것이죠. 때로는 위약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위약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병행 치료나, 건강보조 식품 때문에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제도권 내에서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구별되는 것 같고 왠지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고민을 털어놓으시는 분들께 저는 '현명하시게 돈 절약하시는 것'이라고 위로해드리는 편이죠. 사람마음이 다 똑 같습니다. 제 부모님도 없는 형편에 무리하셔서 안 해도 되는 데 돈을 씁니다. 그 돈으로 거동 불편하시니 택시 타고 다니라고 하셔도 버스 타고 돈 아껴서 뭔가 더 해야 맘이 편하고 최선을 다 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시면 속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의학 연구가 의학 논문집(저널, 학술지)에 실릴 때에는 통계학자의 1차 검토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익명으로 리뷰를 거쳐 발표가 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이런 검토 없이 대중에게 유통되는 정보가 많이 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시면 쓰지 않아도 될 돈도 절약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기회에는 위약(Placebo)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례를 이야기하다 보니 두서도 없고 딱히 좋은 예를 들지도 못했는데요, 가짜 의료정보에 대한 좋은 사례가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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