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역사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작가 나카지마 아츠시
출판 다섯수레
발매 200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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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요절한 천재라고 하도 떠들어대서 호기심에 사서 읽어본 책이다. 중국 고사에 근거를 둔 설화 같은 내용이라 친숙하기도 하고, 두께도 얇아서 후루룩 하고 빨리 완독할 수 있었다만..


도대체 뭐가 천재라는 거지? 무슨 작품을 남겼길래? 그리고 지금 현재까지 후학들에게 무슨 영향을 미치고 있길래? 일본 고교 교과서에 글이 실린 것 정도?

신영복 교수 같은 권위자가 천재라고 하면 우리 모두가 다 천재라고 동의해야 하나?

뭐... 그가 천재였건 아니었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지.

어쨌든 즐거운 독서 시간을 가졌으니 그걸로 난 족하다.


책 서두에 실린 신영복 교수님의 평은 미천한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공감이 안 간다. 그냥 이 작가에 대한 좋은 선입견만 생긴다고나 할까.


이 책에 실린 네개의 단편/중편에 대한 해석도 내가 느낀 것과는 많은 괴리가 있고..


첫번째 단편인 '산월기'만 해도 그렇다. 옛날 계몽사 어린이 문학전집 '중국동화집'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 바로 그 설화다. 어느 선비가 입신양명을 못하고 좌절하다가 호랑이가 된 이야기 말이지.
결국 알고보면 실패와 비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까운 재능 썩히다가 퇴보해서 호랑이가 되었다는 것인데, 그게 무슨 '실존주의'와 연관시킬 해석인가?
내가 보기엔 peer review 를 두려워하면 도태한다는 교훈으로 이해되는데 말이지.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를 갖고 읽은 건 공자에게 용감히 개기던 제자 '자로'의 일대기를 기술한 '제자'라는 중편이다.
논어를 full version 으로는 못 읽었지만 (그럴 생각도 없다..), 신영복 혹은 김경일씨의 사서삼경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공자의 제자들 중에 단연 인상적인 인물이 바로 자로다.


품위있거나 똑똑하게 구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멀고, 공자가 고상한 가르침을 했다 하면 귀신같이 빈틈을 찌르는 반론을 거침없이 펴면서 엄청 개긴다. 물론 공자의 용서없는 카운터 어택이 이어지면서 처절히 응징당하지만 말이다. 논어 내용의 상당수가 공자가 자로를 갈구는 내용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자가 자로를 싫어했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나중에 비참하게 살해되었을 때 공자가 보인 패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소위 말하는 티격태격 하면서 사제간에 미운 정이 쌓였다고나 할까.. 미드 닥터 하우스의 하우스와 포먼의 관계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그러고보니.. 나카지마 이쓰시는 이런 독특한 인물들에게서 자기의 기구한 인생과 동질감을 느껴서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뭐.. 짧은 시간동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괜찮은 책이지, 무슨 비운의 천재가 남긴 역사적인 걸작이라는 호들갑을 떨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말이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자. 너무 authority 에 쫄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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