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석 대목

뇌사자 2명, 이로 인한 응급 신장 이식 수술 3건. 응급실 당직이라는 이유로 그 중의 절반을 들어갔다. 하루만에 이식만 3건이라니. 이는 필시 추석 대목이다. 불쌍한 혈관외과 펠로우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아직 2명의 전공의와 3명의 응당 인턴이 남아있사옵나이다.



2.

어느 교수님은 추석때 송편을 안드신다고 한다. 대신 가래떡은 드신다고 했다. 순진하게 “그럼 추석 때 떡국 드세요?” 라고 물어봤다가 내년 설날에 조상님들하고 나란히 제삿밥 먹을 뻔했다.


3.

하루종일 수술방에 있다가 나오니 병동콜이 핸드폰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심드렁하게 읽다보니 나의 무심함에 방치된 환자들이 불쌍해 졌다. 1년차 일찍 내보내지 말껄. (퍽퍽)


4.

지친몸을 이끌고 병동으로 갔다.

환자 3명은 서로 경쟁하듯 위액을 입을 통해 내 뱉는 중이었고, 환자 1명은 콧줄이 불편하다며 폭풍 컴플레인 중이었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꽂자마자 2800cc가 콧줄로 줄줄 나왔다는데 뺄 수는 없지.


5.

그 와중에 어제 수술 받은 환자는 병동 간호사 말에 의하면 호로로로로~~ 하며 이상한 소리를 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하나님과 대화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애석하게도 내가 가서 봤을 때 그 분은 이미 “내가 하나님이다.”라고 우기고 있었다. 하나님은 할로페리돌 한방 맞고 넉다운 되셨다. 아멘.


6. 내일도 응급실 당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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