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 내린 죽음의 저주
: 테쿰세의 저주(Tecumseh's Curse)라고 아시는가?
아시다시피 미국 개척시대에 백인들은 원주민 인디언들을 참 무수히도 죽여댔는데, 거의 genocide 에 가까운 대학살의 와중에 희생된 이들 가운데 테쿰세라는 추장이 죽어가면서 '앞으로 20년마다 0으로 끝나는 해에 당선되는 미국 대통령은 임기를 다 못 채우고 목숨을 잃을 것이다' 라는 저주를 내렸다.
그런데, 정말 공교롭게도 그 저주는 기가 막히게 들어 맞는다.
다름아닌 테쿰세를 전사시킨 장본인인 윌리엄 해리슨은 1840년 대선에서 승리하고 1841년 3월 4일에 취임한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후인 4월 4일에 폐렴으로 백악관 안에서 운명하신다.
그리고 저주는 계속되었다. 쭈~~~~~욱!
1860년 대선에서 그 유명한 링컨이 당선하였고, 아시다시피 암살.
1880년 당선자 제임스 가필드도 암살되고,
1900년 당선자 윌리엄 매킨리도 이듬해 암살되고 (뭐야, 이거.. 무서워..)
1920년 당선자 워런 하딩은 3년뒤 심장마비로 사망.
1940년 당선자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뇌출혈로 임기중 사망.
1960년 당선자, 누군지 아시겠지? JFK 되시겠다. 아시다시피 달라스에서 암살된다.
이 저주는 1980년 당선자 로널드 레이건에 의해서 드디어 깨지는데..
저주 내린지 하도 오랜 세월이 흘러서 약발이 약해진 탓인지, 암살까지는 안가고 암살 직전까지는 갔다.
2000년 당선자가 누군지 아시지? 아들 조지 부시다.
저주 약발은 더욱 더 약해져서, 총알대신 이라크 기자의 신발짝이 날아오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이 얘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근착 Clin Infect Dis 지에서 다름아닌 첫 희생자 윌리엄 해리슨의 사인이 역사에 알려진 것처럼 폐렴이 아니고 장티푸스일 것이라는 글 때문이다. 당시 그가 죽어가던 상황들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데, 그렇게 의도해서 썼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읽어봐도 이건 영락없는 typhoid fever 와 더불어 septic shock 이다.
옛날 이야기라 재미있기도 하고, 특히 1840년대 서양 의학은 지금의 한의학과 하등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읽는 우리야 재미있는데, 해리슨 할아버지가 며칠동안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괜히 미안하기까지 하다).
당시 대통령 주치의가 썼다는 약들을 보면 기가 차지도 않는다: tartar emetic (안티몬이다. 이거 독이잖아?), spiritus Mindereri (암모니아다...-_-;), Mars Hydrarg (수은이다. 이것도 독이군.. 점점..가관이네..), Ex. Colocynth Compound (설사 유도제다. 해리슨 대통령이 변비로 고통스러워해서 처방했다나... 요즘 관점에선 미친 짓이다..), Seidlitz powder (역시 설사제), Pulv. Rhei (ginger 와 MgOH), 박하, laudanum (opium tincture - 이번엔 반대로 지사제. 대통령의 병세가 변비에서 설사로 바뀌었거든), 기타 등등...
감염질환은 세균이 일으킨다는 Germ theory 는 아직 반세기를 기다려야 했던 시대여서 항생제는 언감생심이었겠지만, 치료 과정을 보니 해리슨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장티푸스인데 설사 유발 내지는 지사제를 번갈아 처방하고 중금속들을 처발랐으니.. 이 논문에서는 해리슨의 최종 사인은 이러한 조치들에 의하여 terminal ileum 이 터져버린 데에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가 이런 고통을 겪는 와중에 기침과 피가래도 보였다는 것인데, 대통령 사망후 사인을 추궁하는 압박 때문에 주치의는 대통령이 폐렴으로 죽었다고 일단 선언을 했고, 그런 연유로 역사에는 폐렴으로 죽었다고 기록이 되었다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미국 역사를 바로 잡자는 의도로 이 글이 게재된 것 같다만, 그건 미국 사정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19세기 당시 서양 의학의 수준이 어떠했었는지를 잠시 엿볼 수 있어서 흥미진진한 글이었다.
이렇게 동서의학이 별 차이없이 평행선을 달리다가 20세기 접어들면서 결정적으로 그 paradigm 이 달라지게 된다는 말씀.
출처: Clinical Infectious Diseases 2014;59(7):990 995 : Death in the White House: President William Henry Harrison’s Atypical Pneumo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