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입니다. 잠깐 시간이 나서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제목그대로 당직입니다. 병동 당직...
제가 있는 병원은 매일매일 병동당직 2명과 중환자실 당직1명, 그리고 응급실 당직 1명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합니다. 그 중에서 병동당직은 총 4개 병동을 1년차 2명이서 맡고, 중환자실은 3년차, 그리고 응급실은 3년차 or 2년차가 맡게 됩니다.



 주말(토요일, 일요일) 당직은 힘든것이, 정규 근무시간이 오후 12시에 끝나기 때문입니다. 즉 오전 8시에 출근해서(주말이라 늦게 출근) 4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합니다. 점심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30분까지가 당직 근무 시간입니다. 이 시간대에 맡은 병동의 모든 event가 저한테 Noty 오게 되지요. "소변량이 적어요", 열이 나요~! 배가 아프대요~!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어요~! 수면제좀 달래요~! 정말 온갖 요청사항들이 옵니다.

 평일 당직은 그나마 편한것이 근무가 오후 6시에 끝나기 때문에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30분까지 12시간 30분만 책임지면 되지만, 주말 당직은 위에 설명드렸듯이 당직 시간이 깁니다. 이럴 때 환자들을 잘 봐야 하므로 훨씬 더 힘들지요....

 더군다나 상태가 안 좋은 환자분이 있다면, 더욱 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내 선에서 Management가 안되면, 윗선까지 올라가야 하므로 그런 점이 힘들지요...

벌써 혈액종양(Hema-Onco)내과 파트를 맡은지 3주가 지나고 있습니다. 혈액종양내과의 특징은 다른 병동과는 다르게 Terminal stage로 향해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다른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등등의 병동은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후 다시는 병원에 안 오실정도로 회복되는 분이 있는 반면에....종양내과 병동은 대부분의 환자분이 Cancer로 인해서 보조 or 완화항암요법을 받으시는 분들이시라서....Stage3기 or 4기 이기 때문에 결국은 종말(Dead)로 향해 가고 있는....그래서 왠지 모르게 병동의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답니다. 처음 오시는 분들도 그 공기를 느낄 수 있을정도로 말이에요.

그래서 혈액종양내과의 치료 목표도 완치가 아닌 Palliative(최대한 완화적이고 보존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주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서 십이지장암이라면 최대한 배 안아프고, 식사 잘 하실 수 있게 하고, 대장암이라면, 최대한 배 안아프게 하고, 대변 잘 보실 수 있도록...즉, 가시는 날까지 최대한 안 아프게 하시다가 편안히 가시게 하는 것이 주된 목표입니다.

그래서 보호자분들께  사전의료 지침서(Advanced Directive)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전의료 지침서, 지향서란 말 그대로 앞으로 어떠어떠한 치료를 해 달라는 것을 서면상으로 작성한 것을 말합니다. 대개는 이런 치료까지만 하고,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투석등은 하지 않겠다 등등을 체크하여 제출하면, 의료진들도 최대한 환자 및 보호자분의 희망사항을 존중해서 그에 맞게 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다른 말로는DNR이라고 하는데...이미 암으로 말기 이신 분이 힘들게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잖아요? 고통만 더 드릴뿐...그래서 대개는 보호자나 환자분 스스로 이런 사전의료지침서를 작성해서 주십니다.)
-> 과거에 논란이 되었던 존엄사 등등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존업사와는 달라요. 환자분의 의향에 맞추어서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므로 아무리 숨이 차도 인공호흡기는 거부하는 분께는 인공호흡기를 하지 않고, 콧줄이나 마스크로 산소만 드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환자분이 사망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법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아요.)

제가 혈액종양내과를 돌면서 처음에 놀랐던 것은 제가 담당하는 교수님의 '감, 촉' 이었습니다. 상태가 안 좋은 환자분과 보호자를 회진돌고 나서는 보호자만 따로 잠깐 나오게 해서 오늘 버티기 힘드실 것 같다고...가족분들 다 오시라고 설명을 하면.....
틀림없이 그날 저녁이나 다음날 바로 expire(사망) 하시더라구요....점쟁이도 아니고....

물론, 수 많은 죽음을 겪어왔기 때문이지만, 정말 그 감이란 것이...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맞아서 한편으로는 무서웠습니다. 대개 이렇게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고 나서 제게도 오늘 밤 잘 지켜보라고...하시는데 정말 그날 or 그 다음날에 가시니...

아무튼 할 이야기는 더 많이 있지만, 콜이 계속와서 이만 줄여봅니다. 아직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꼬꼬마 1년차입니다. 다들 환절기 건강조심하시고, 나중에 뵙겠습니다.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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