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던 일요일 아침에 식겁할 해프닝이 있었다.
느닷없이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피난 통로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반복해서 울려퍼진다.

'어... 이거 어떡하지?' 하고 잠깐 망설이다가.. '뭐 중요한 물건들 챙겨야 하지..근데 뭘..?' 하다가..
결국은 간단한 외출복 하나 주섬주섬 줏어입고 아내와 함께(그 친구도 아무것도 못하긴 마찬가지..), 그리고 늦잠 퍼질러자는 아들녀석 발길로 차서 깨우고 옥상에 올라가기 위해 현관문 밖으로 나온 찰라..
웬 작업복 입은 한 분이 화재 경보기를 열었던 것인지 재조립하고 있었다.

요즘 아파트 단지 칠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는 중인데, 그 와중에 건드린 것이었나보다. 실제 화재가 일어난 것이 아니고, 경보기 열어서 나오는 방송이니 안심하고 되들어 가시라고 하네..
그래서 돌아와 앉아 생각해 보니...
약간 약도 오르지만, 나름 괜찮은 경험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재수없는 상상이지만, 언제라도 화재가 나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고..
이 참에 진짜 화재가 나면,

1) 집안이 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니 포기하고
2) 정말 꼭 들고 뛰어야 할 물품들을 이 참에 한곳에 정리해놓고..
(안그래도 마눌님이 지금 정리 중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 없네?
집문서는 등기되어 전산화 되어 있고..
credit card 정도나 챙겨?
난.. 마눌님과 내 자식들 밖에 챙길게 없구나...)
3) 결론은.. 빨리 피신해서 옥상에 올라가 헬기 기다리는 게 답이구나..
어쨌든 민방위/화생방 훈련 하나는 제대로 한 것 같다.


사족: 아직도 궁금하다. 화재가 나면 반드시 챙겨야 할 게 뭐가 있을까?
좀 더 생각해 보고 한군데 모아 놓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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