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탈(Vital)을 다루는 과"에서 수련을 받다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사망진단서를 쓸 일이 생긴다.

외과의 경우 "말기암--> 다발성 장기부전" 혹은 "장천공/장 괴사 --> 패혈성 쇼크 --> 다발성 장기부전" "수술 후 합병증 --> 다발성 장기부전"의 코스를 밟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턴, 전공의 도합 3년 가량 의사생활을 하며 2달에 1건 정도 사망진단서를 쓴것 같다. 물론 그 외 여러 케이스들이 있지만 일단 내 경험에서는.



중환자실 환자는 아기같은 존재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고 딴눈을 팔고 있으면 갑자기 안좋아지고, 옆에 붙어서 계속 보고 있으면 좋아진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때는 잘 나오던 소변이 뒤돌아서면 안나온다. 잘 유지되던 혈압도 가끔 떨어진다. 계속 보고 있으면 적어도 평타는 유지한다. 몇몇 환자들은 좋아져서 일반 병실로 올라가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퇴원을 한다. 그러나 며칠간 중환자실에서 살다 시피 하면서 인공호홉기를 조절하고 라인을 잡고 24시간 지속성혈액투석(CRRT)을 돌리고 손발가락 색깔이 변할때까지 승압제를 올려도 사람 생명이라는 것이 우리 마음대로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인지라, 결국에는 환자의 죽음을 접할 수 밖에 없다.

모니터상에 나타는 심장리듬이 느려지고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살려보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알지만 미친듯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그나마도 30분이 지나면 보호자 동의하게 그만두고 허탈한 마음으로 사망진단서를 쓴다. 사망진단서를 쓰는 동안 인턴선생님이 라인 제거 등의 뒷정리를 하고, 전공의들은 사망진단서 작성과 경과기록 작성을 마치고 퇴원예고를 띄울 무렵 잠시 밖에 있던 보호자들이 들어와 슬프게 운다. 대성통곡을 하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가 많을 수록, 슬픔이 느껴질 수록 "이 환자는 좋은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환자가 살아 있을 때 몇마디 나누면서 눈을 맞추며 라뽀를 쌓았던 환자를 향한 울음을 듣다보면 나 역시 울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일단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그냥.

 환자들이 사망하는 시간은 대개 새벽 혹은 늦은 밤이다. 뒷정리를 하고 나서 터벅터벅 숙소로 올라간다. 전화 혹은 문자로 환자가 사망했음을 교수님께 노티드리고 잠자리에 들며 다음날을 준비한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 처럼 취할 때 까지 술을 마시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럼 다음날이 힘들테니까.

난 할만큼 했다라는 생각과, 내가 중환자를 이렇게 까지 보면서 책을 이렇게 많이 찾아봤구나라는 성취감, 그리고 아쉬움과 안타까움과 이제 밤새는 것은 끝났구나라는 시원함이 한번에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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