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검진 논쟁, 공익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기고문| 허 대 석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정부주도로 작성한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였다. 암 검진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문제가 아닌 전문의학 문제임에도, 정치인들이 나서서 논쟁을 벌이고 의사들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일본이나 중국의 10배 이상이며,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지역보다 더 높은 원인이 과잉검진에 있다는 주장이 올해 초 제기되자, 갑상선 검진과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국립암센터가 검진 기준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으나 양측이 충돌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국정감사의 주요안건이 된 것이다.

갑상선암은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암 중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여성의 경우 전체 암의 30%를 넘고 있으며, 세계에서 인구대비 갑상선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갑상선암이 증가한 원인과 갑상선암 치료 결과에 대한 신뢰할만한 연구 자료가 없어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어떠한 책임 있는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낭비되는 의료비도 문제지만, 매년 수만 명의 국민들이 암 환자가 되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의사들이 자신의 주장과 맞는 논문만을 찾아 인용하거나, 국가기관의 통계자료를 각자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지만, 정작 왜 한국에서만 갑상선암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인지,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의료계의 합의를 도출할만한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없다.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임상연구를 수행하여 답을 찾아야 하는데,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수행한 적도 없고, 지금도 연구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한국의료계의 임상연구 역량이 다국적기업의 신약 개발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국민의 의료복지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익적 임상연구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해마다 보건의료분야의 연구개발지원을 위해 1조원이상의 국민세금이 투입되고 있고, 보건복지부의 연구개발비규모도 4,000억대로 증가했다. 그러나 보건의료연구비의 대부분을 공익적 임상연구에 사용하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신약개발, 줄기세포 연구 등 수익창출을 전제한 보건산업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의료와 관련하여 국민들은 매년 100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이중 50조원이상을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배분하고 있다. 공익적 임상연구는 국민들이 한정된 재원 내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우선적으로 목표를 두고 있다. 비용대비 치료 효과가 높은 필수의료는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고, 효과에 비해 지나치게 고비용이어서 선진국에서조차 아직 보험급여를 지원하지 않는 신약임에도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공익차원의 임상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환자들은 자신이 걸린 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의료인들도 자신의 전공분야와 관련된 질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는 자사의 상품이 가장 효용이 크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중요성의 우선순위를 결정하여 재원을 지원해야하고, 그 결정의 근거는 특정기업이나 특정단체의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한 자료이어야 한다.

갑상선암 검진 외에도 공익적 임상연구를 통해 해결해야할 의료문제들은 많다. 국민 복지에서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공익적 임상연구의 중요성도 커진다. 국정의 다른 분야와 의료 분야가 다른 점은 목표가 수익이 아닌 국민건강이며, 정책을 수립하는 근거가 이해관계의 타당성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임상연구의 결과자료여야 하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쟁은 국회위원과 장관이 국정감사를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견해를 달리하는 다양한 의학자들이 공동으로 임상연구를 수행하여 그 결과에 따라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연구기획을 시작하여야 한다. 정부는 이런 공익적 임상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의료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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