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제근 서울의대 명예교수께서는 우리나라 의학용어를 정립하고 신경병리학, 소아병리학을 개척하신 의학자이시
다. 교수님은 경기고교를 거쳐 1962년 서울의대를 졸업하셨는데(123명 졸업), 동기로는 이순형 교수(기생충학교실)가 있다.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던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의대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병리학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하버드의대에서 신경병리학 전임강사로 재직하던 중 1976년에 서울의대 조교수로 돌아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병리학은 분야별로 세분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교수님의 귀국은 국내 병리학계가 분야별 전문성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고, 국내 신경병리학뿐만 아니라 소아병리학 정립에도 헌신했다. 국내 자체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배아 및 태아의 형태발달을 연구한 논문을 1989년 처음 발표한 데 이어서 인체 발생과 관련된 저서들을 잇따라 출간했다. 당시 국내 여러 의과대학 학생들은 물론 전국의 신경외과, 신경과, 소아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신경병리학 강의는 항상 교수님의 몫이었다. 

이 같은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2014년까지 SCI(과학논문색인)급 논문 850편을 포함해 총 1천300여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의과학기술용어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교수님은 장기간에 걸쳐 용어 개발과 표준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과학기술용어집과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등의 발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 결과로 2006년에는 의학용어 큰사전을 출간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병리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장, 대한의사학회 이사장, 대한의학회 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초대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2011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서훈 받았다. 지난 11월 26일 향년 76세로 별세하여 우리는 의학계의 큰 보배를 잃었지만, 고인의 발자취는 후학들이 두고 두고 되새겨 볼만한 큰 가르침과 교훈이 될 것이다.  
 

지제근 교수님과 인연
    전공의 수련 - 한국선천성이상학회 - 대한의학회


필자가 의과대학 학생으로 병리학 수업을 받을 당시에는 교수님께서 미국 하바드의대에 계셨기 때문에 실제 스승과 제자 관계는 서울대병원 전공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레지던트를 시작한 1981년 3월 교수님의 사회로 혈액학 합동컨퍼런스에서 버킷림프종(Burkitt lymphoma)에 대한 증례 토의가 있었다. 여기서 필자는 환자의 말초혈액 및 골수 소견을 발표했고, 소아과 안효섭 교수님께서 임상에 대한 토론을 이어주셨다. 그 후 1980년대에는 서울의대 병리학교실에서 박사 과정까지 거쳐야 했기에 교수님을 뵈올 기회가 많았다.



제13차 전국의대 신임교수를 위한 교수법 워크샵 (1985.2.13-15)


2월 중순 3일간 계속된 전국의대 신임교수 교수법 워크샵에서 지제근 교수님은 철저한 준비와 시간맞추기 수업에 대한 강의법이어서 30년이 지나는 지금까지 뇌리에 인상깊게 남아있다.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제근 교수님. 그리고 앞줄 가운데 의학교육연수원장이셨던 이영균 서울의대 학장, 여자 교수가 귀했던 시절인지라 세 사람이 맨 앞줄에 서도록 했다. 필자는 두번째 맨 오른쪽.  


 


사진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열거하자면 앞줄 가운데 유난히 키가 큰 분이 이상주 한림대 총장(전 대통령 비서실장)이고, 왼쪽이 조자연 교수(일본 소화의대 소아과 교수), 오른 쪽에서 두 번째가 지제근 교수(당시 서울의대 병리학, 대한의학회장)이다. 두 번째 줄에는 이상주 총장 뒤쪽으로 본인과 조민기 교수(한림의대 미생물), 장우현 교수(전 한림의대 학장), 김윤원 교수(한림의대 미생물학), 김동환 교수(순천향의대 소아과), 김현주 교수(아주대 유전학교실), 김영희 교수(전 한림의대 약리학) 등이 보인다.



두번째의 의미깊은 만남은 1998년 춘천 두산리조트 호텔에서 「선천성이상에 관한 한일합동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여기서 본인은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하였다. 이 학술대회가 끝난 후 「한국선천성이상학회」를 창립하였고, 초대 회장으로 지제근 교수님을 추대하였다. 본인도 감사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이 조직체를 주관했던 조자연 교수가 얼마 후 일본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학회의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해체되고 말았다.


지제근 교수님과의 세번째 연결고리는 「대한의학회」였다. 교수님께서는 우리 나라 의학계의 최고 단체인 대한의학회 부회장을 1994년부터 5년간, 그리고 1999년부터 4년간 7대 회장직을 역임하셨다. 당시 본인은 교수님의 배려로 기획조정위원과 간행위원으로 각종 모임에서 자주 뵙게 되었다. 특히 간행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JKMS)가 SCI 저널로 등재되었는데 당시 의학계에서는 가장 큰 경사였다.



한림대의료원 2009년 학술연구위원회 심포지엄



한림대의료원 학술연구위원회가 주관한 「2009년 영어 사회 및 발표기법」에 관한 심포지엄이 7월 4일(토) 한림대성심병원에서 100여명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 심포지엄에서 지제근 교수님께서는  "학회장에서 의학영어"라는 주제를 다루었는데, 의대 교수라면 누구나 각종 국제학술대회에에서 부딛치는 실질적인 내용이었다.


교수님께서는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많은 강의, 학술집담회, 연구와 논문작성, 저서출간, 병리진단 등을 통해서 후학지도와 학문발전을 위해 노력한 분이시다. 출간 논문수만 하더라도 단연 국내 제일임은 물론이요 아마 세계적으로도 첫 손으로 꼽히리라.

이러한 공로로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 의학 발전의 기반을 조성한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대한의학회(회장 김동욱)와 한국MDS(대표이사 현동욱)가 2014년 3월에 제정한 ‘의학공헌상’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다. 의학회는 지 교수님이 우리나라 의학용어 정립을 위해 헌신했으며 신경병리학과 소아병리학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초대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신경병리학, 선천성 이상질환의 최고 권위자
 <의학용어사전>은 의학도의 필수도서 


이제근 교수님께서는 신경병리학(neuropathology)뿐만 아니라 기형학(teratology)의 최고 권위자로 선천성이상을 가진 태아를 학계에 보고하겠다면 거의 대부분 교수님의 검정을 받았다. 뒤이어 많은 후학들이 학술적 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교수님의 그늘을 벗어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정년 퇴임하시고 집필한 역서 <지제근 의학용어사전> (아카데미아)은 우리말 새 용어와 옛 용어, 영한·한영 찾아보기, 약어모음을 한 권에 담아내고, 상세한 해설, 풍부한 도해와 사진으로 전문해설서의 기능을 전격 강화한 의학용어의 백과사전이다. 오늘날 이 의학용어 사전은 의학도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필독서가 되었다. [2009년 7월 5일]

 







교수님의 공식적인 마지막  특강은...  


2014년 10월 24일(금)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제55차 추계학술대회의 Plenary Session 특별연자로 초청받아 "우리 나라 의학용어 발전사와 향후 전망"에 대해 강의해 주셨다. 본인이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이자 좌장을 담당했기에 교수님께서는 얼마 후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주셨다.

조현찬 회장님,

이번 진단검사의학회 학술대회에 초청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오랫만에 옛날 임상병리학 시절에 만났던 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학회가 그렇게 발전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보내주신 사진도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진단검사의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14년 10월 28일 지제근 드림


 



특강이 끝나고 지인들과 자리를 같이하셨다. 조한익(서울의대 명예교수), 박명희(서울의대 명예교수), 이갑노(고려의대 명예교수), 조현찬(한림의대), 전동석(계명의대), 차영주(중앙의대), 조동희(제일병원), 김정호(연세의대), 서장수(경북의대), 서순팔(전남의대), 민원기(울산의대) 등 [2014년 10월24일]


지제근(池堤根) 교수 약력

- 1938년 2월25일 출생 - 2014년 11월26일 사망
- 서울의대 졸업(1962), 의학석사(1964), 박사(1968),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1962-1966)

- 서울의대 조교수 부교수 교수(1976~2003), 의학도서관장, 병리학 주임교수

-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원 및 전임강사 (1970-1976), 연수내용- 소아병리학, 신경병리학

- 서울의대 명예교수, 인제대 석좌교수(2003-2007 )


- 대한병리학회장 (1996-1998) - 대한의학회장 (1999~2003)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초대 회장(2002~2004)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의약학부장, 종신회원 (1994-현재)

-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회장(2004~2006)

- 제1회 대한의학회 의학공헌상 수상(2014.04.08)


참고


대표 저서 


의학논문작성과 문헌검색
신경병리학, 병리학, 간호의학용어(2014)

지제근 박사의 의학용어 이야기(2004)

알기쉬운 보는 해부학(2014), 지제근 의학용어사전(2009) 등

연구논문 약 1,300여편, 저서 약 10권

대표논문: Gyral develoment of human brain. Annals of Neurology 1:86,1977

대표저술: Atlas of Human Embryo and Fetus(아카데미아, 2001)


참고 네이버캐스트>인물과 역사>우리 시대의 멘토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