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을 소개 받았습니다. 리얼북 출판사에서 나온 '의사 이야기'라는 도서로 영국에서 살고있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일기처럼 써나간 책입니다. 마치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 있었던 일상을 책으로 출간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의료민영화 이야기가 한창일 때 의사들도 공무원이 된다면 어떨까란 이야기도 나왔었고, 영국식 의료체계와 우리가 다른 점을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의료 체계가 그렇게 형성된 사회 문화적 배경이 있고, 장점과 단점 모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NHS가 관심을 받는 것은 의료를 공공재로써 모든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명 닉 에드워즈로 이 책을 출간한 응급실 의사는 NHS 신봉자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영국이 잘한 일 중 몇안되는 정말 '위대한' 일이였다고 치켜새우지만, 지금 NHS는 관료주의의 폐해속에 환자와 의사 모두 말도 안되는 일을 겪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필명을 써야할 정도로 민감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자신의 의료체계를 비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책을 발간했더군요. 책 속을 살펴보면 환자들이 주치의를 예약해서 만나기 힘들어 응급 질환이 아님에도 응급실을 내원하고, 응급실에 와서 4-5시간을 기본적으로 대기해야하는 상황을 처음 부터 끝까지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영국식 의료 체계를 비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에드워즈는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악용하는) 일부 환자들이 NHS 재정, 즉 국민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것과 NHS의 관료주의가 정말 필요로하는 치료를 제 때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의료인력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합니다.





이런 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도 응급실에 근무해본 의사라면 공감할 만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인종, 국가를 뛰어넘어 의사란 직업은 참 공감대를 형성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이 의사 이야기 속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겠다란 생각을 했으니까요.





90% 공감입니다만, 나머지 10%는 닉 에드워즈의 남다른 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느 의사와는 다른 재치 넘치는 표현, 환자와 나누는 농담등은 환자에 대한 애정과 자기 직업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심오한 책은 아닙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처럼 마음 속 깊은 곳의 감성을 건드리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실제 의사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겪는 리얼한 스토리입니다만, 담담하게 써내려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갈 때, 또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책으로써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의사 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닉 에드워즈 (리얼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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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 리얼북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했으며, 앞으로 이주노동자를 위한 책 이벤트에도 참여해주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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