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화장품을 사다보면 샘플을 준다.
대개는 유용하게 쓰는 편이지만 공짜로 받아도 쓰지도 못하는 샘플이 있는데 그건 바로 향수.
매일 수술복에 가운을 걸치고 추레하게 다니는 상황에서 향수는 사치다.

모 브랜드에서 레몬향이 나는 향수샘플을 받았다. 향이 오래가는 것도 아니고, 비염환자는 향기를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약해서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사실 존재를 잊고 있었다)

어제 숙소 정리를 하다가 향수의 존재를 깨달은 나는,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요즘 유행한다는 아로마 디퓨저같이 개조(?)해 보기로 하였다. 외과의사 특유의(?) 단순함을 십분 발휘해서. (?)

별 다른건 없었다.
그냥 뚜껑 열고 디퓨저의 기능을 할 막대기(?)는 없으니 병원에 넘쳐나는 거즈를 잘라서 돌돌 말아...가 아닌 그냥 손으로 찢어서 대충 비비 꼬아서 병 속에 쑤셔 놓고 옷장안에 넣어놨다. 샘플인지라 병 크기 자체는 조금 사이즈 큰 지우개 정도다.

원래 아로마 디퓨저라는것이 향료가 있는 병에 모세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막대기 꽂아놓는 것이 전부 인듯 하니 꿩대신 닭이라고 면 거즈를 집어 넣은 셈. 다만 거즈가 바닥에 닿게 되면 옷장 바닥이 퍼퓸엑기스로 흥건해 질 수 있으니 그것 만 주의하면 될 듯 하다.

향이 강한 향수가 아니어서 이렇게 옷장 구석에 넣어놓아도 옷에 냄새가 강하게 배어들지 않고 은은하게 스며들고 있다. 이 정도면 성공인 듯. 한겨울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레몬향이라니!

다음에 선물받고 안쓰는 향수로 2탄이나 만들어 봐야겠다. 다만 그 향수는 냄새가 강해서 다른 방식으로 제작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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