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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억속 해부학 교실의 괴담
오래전 이야기다. 별 이야기는 아니지만, 혹시 비위 약하시거나 임산부 어린이들은 보지 마시길..

예과를 마치고 본과에 올라와서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 오는 것이 해부학이라는 과목이다. 나름대로 준비를 방학때 하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선배들의 조언을 받기도 하지만 막상 해부학실의 카데버(해부용 시체)를 처음 맞이 할 때의 기분은 표현하기 힘들다.

혹자는 묘한 흥분을 느끼기도 하고, 혹자는 힘한 구역질을 하거나 실제로 토를 하기도 한다. 또는 포르말린의 메퀘한 냄새가 신경을 거스를뿐 아무런 감흥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는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구토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해부학 교수님들은 대부분 굉장히 깐깐했다. 망자에 대한 예를 무척 중시하였을 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다이섹션(해부)을 할 때 수술용 라텍스 장갑을 끼지 못하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자체가 학생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할만한 일이였는데 당시 분위기는 "찍" 소리도 하지 못했다. 임신한 학우가 1명 있어서 특별히 라텍스 장갑을 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때로는 카데버가 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연로한 노인이고 시체를 기증한 분들이 많다. 내가 의대를 다닐 때에는 지금에 비해 카데버 수가 많은 편이였는데 10명 정도에 한 카데버를 해부하였다. 지금은 한 해부학교실에서 한 카데버를 해부학 교수가 해부를 하며 거의 관찰하는 정도 밖에 못한다고 한다. 시체 기증자가 적고 신원을 확인 할 수 없는 경우나 기타 경로로 들어오던 카데버가 줄어서 일 것 같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해부학 교수님들이 워낙 악명높으니 조교들도 덩달아 학생들을 괴롭혔는데, 조금 실수나 잘 못했을 경우에 야간까지 실습실에 남아 해부를 해야하는 것이였다.




199X 년 추운 겨울날이였다.



마지막 해부학 땡시를 준비하던 우리 조는 조교에게 지적을 당해 야간 12시까지 실습실에서 나머지 해부를 해야하는 상황이였다.

난로도 없는 추운 공기보다 더 몸을 차갑게 하는 것은 맨손에 닿는 얼음 같은 카데버. 그리고 아무리 비누로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포르말린 냄새였다.

임신한 학우가 몸이 편치 않아 겨우 허락을 받고 귀가를 조금 일찍 했다. 조교에게 할당 받은 해부 범위를 검사 받고 한명 한명씩 자릴 떠나갔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무섭다. 조교는 사무실 안에 있고 텅빈 해부학 실습실에는 12구의 카데버와 4명의 우리 조원뿐이였다.

다행히 2명을 남기고 의리 없게 해부학 실습실을 빠져 나왔다. 평소 같으면 밖에서라도 기다려 주겠으나 2일 후에 있을 시험도 부담스러워 기숙사로 걸어 갔다.

기숙사 1층에서 커피를 뽑마 마시며 담배를 꺼내 들고 밖으로 나왔다. 눈 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손 끝의 포르말린 냄새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손 안데고 담배를 피울 수는 없었다.

담뱃불을 끄고 돌아서려고 할 때 한 조원인 얼굴이 창백해져서 뛰어왔다.



"왜그래? 무슨일 이야?"



"헉... 헉.... 헉..."


창백한 얼굴로 뒤돌아 보던 친구. 한참을 숨을 몰아 쉬더니 아직 안심이 안되는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담배를 물려주고 함께 피우며 다시 물었다.


"왜 이렇게 늦었냐? 왜 뛰어 온거야?"


친구는 담배를 빨며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너만 알고 있어.. 이것 좀 봐봐.."


검은 비닐 봉지를 나에게 건내 주었다. 냄새가 낮익다. 포르말린. 얼떨결에 봉지를 열어봤다.
헉~~!!!


"이거 카데버 손이잖아!!"


"쉿..."


친구의 이야기는 이랬다. 소 위말하는 땡시 (실습 시험)을 치루기 전 다하지 못한 해부를 마져 하며 시험 공부도 할겸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이 손을 가지고 나오면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했거든..."



친구는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 담배를 연거푸 피웠다.



"그런데 의대 건물을 나와서 불이 없는 그 건물 뒷쪽으로 기숙사로 올라오려는데 누군가 뒤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겠어?"




그 건물 뒤 조명은 11시를 기준으로 소등된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어둠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 곳이다.



"뒤를 돌아 봤는데 아무도 없는거야. 혹시나 싶어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 소리가 안나더라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날 부르는 거야..."야..." 라고..."



둘다 침을 꿀떡 삼켰다.




"라이터 불을 켜보니까 우리조 카데버가 서있는게 아니겠어?!! 그래서 X나게 뛰었지... 그러데 계속 따라오는 거야. 내가 느린건지 그게 빠른건지 모르겠는데 다시 내뒤에 오는거야~!"



친구의 눈은 진지 했다.



"그 카데버가 내 어깨를 잡더니 "이쪽 팔도 가져가"라는거야. 정말 오싹했지. 내가 죽을 죄를 지었구나. 망자의 손을 가져와서 화가 났구나..."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쪽은 시험 범위가 아니더라고. 그래서 그랬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라고."


"....."



혹시 진지하게 읽으셨는지~ ^^ 뒷부분은 해부학 실습실에서 떠 돌던 괴담(?) 아닌 괴담입니다. 카데버란 죽은 사람도 무섭지만 의대생은 시험이 더 무섭다라는 묘한 공감으로 기억에 남는 괴담(?) 입니다.

글 솜씨가 없어서 좀 무섭게 글 써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아참, 해부학을 마치고 나서도 몸에 밴 포르말린 냄새는 2달간 지속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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