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에서 늑대별님의 블로그를 알게된 것은 우연이였습니다. 다른 메타블로그에 등록을 하시지도 않았고, 다음 블로거뉴스에서도 뵐 수 없었거든요. 블로그간의 연결은 기본적으로 링크와 댓글, 트랙백으로 이뤄져 있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우연히 이웃 블로그의 댓글 속에서 늑대별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늑대별님은 자신을 늙수그레한 소화기 내과 전문의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개설은 2008년 2월인데, 첫 포스팅을 보니 경영학 강의에서 Web 2.0에 대한 소개를 받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되서 블로그에 직접 발을 딪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포스팅 수가 350여개를 넘고 거기에 달린 댓글이 3천개가 넘는 인기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것 같아서 소개도 해드리고, 이글루스의 이웃분들도 늑대별님의 얼굴이 궁금하실 것 같아 직접 만나뵈러 갔습니다.






늑대별님 (미즈메디병원 소화기 내과 박기호 선생님)





늑대별님은 강서 미즈메디병원 소화기 내과에서 근무하시고 계셨습니다. 사진도 공개했는데 실명도 살짝 밝히면 박기호 선생님이세요. 미즈메디병원이 산부인과등 여성질환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소화기내과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미즈메디병원에도 소화기내과 선생님이 여러분 계셨습니다.





양 : 선생님 반갑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인사드리다가 드디어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늑 : 저도 반갑습니다. 먼길 오셨네요.







블로그 운영 노하우 및 이글루스의 특징





양 : 선생님 블로그를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이글루스가 이웃관계가 강화된 블로그 서비스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이웃들과의 교류도 많고 친분 중심으로 잘 관리하시는 것을 보고 전문가시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블로그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하셨었나요?





늑 : 양깡님이 블로그 전문가 아니셨나요? (웃음) 예전에 블로그 교육을 단체로 받기는 했었죠. 노랑잠수함님이라고 유명하신 블로거분이신데, 거기에 소개된 블로그가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티스토리도 있었고 이글루스도 있었는데 티스토리는 초대장이 없어서 안되겠고, 이글루스에 가입을 했습니다.



당시 노란잠수함님이 가르쳐주신 방법이 몇가지가 있었는데, 가급적 정기적으로 글을 올릴 것, 댓글에 답글을 꼭 달 것등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양 : 저는 티스토리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이글루스가 관계를 지향한다고 하면 티스토리는 다소 독립된 개인 미디어를 지향해야한다고 할까요? 그런 점이 차이가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써보시니 어떠시던가요?





늑 :  이글루스는 댓글에 대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이글루스 내부에서 정보가 원할하게 유통되도록 되있는 것같아요. 티스토리에 그런 관계를 유지할 기능이 없다면 왠지 처음 시작을 이글루스에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늑대별의 이글루





블로그를 하는 이유





양 : 다루시는 주제가 일상에 대한 것뿐 아니라 진료실에서 환자분과 나눴던 에피소드도 많은 것 같습니다.





늑 : 블로그 하는 목적이 의사는 환자를 알아야하고, 환자는 의사를 알았으면 하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의사와 환자 사이에 벽이있다고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환자가 아니더라도 잠재적으로 환자가 될 수 있는 모두가 의사를 바라볼 때 벽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과거 의약분업이 시작될 당시 파업을 했었잖아요. 해야할 말, 국민들이 알아야할 것들이 많이 있었지만, 의사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신뢰를 구축하길 소홀히 했거나 소통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때 많이 생각했어요.



의사들이 겪는 것, 알아야할 것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죠. 그렇다고 홈페이지를 만들 재주는 없고. 블로그를 알게된 것이 참 다행스럽다고 해야할까요? 블로그를 알고 나서 답답한 것이 있으면 블로그에 쓰게 됩니다. 울컥해서 쓸 때도 없지는 않죠. (웃음)





양 : 블로그 이웃분들이 의료 관련해서 많이 질문하시거나 그렇지는 않으신가요?





늑 : 가끔 건강에 관련해서 질문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필요하면 정리해서 포스팅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블로그를 상담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니니까요. 병원 Q&A란을 이용하시는 쪽으로 말씀드리고는 하죠.







의료계 내부 문제점에 대한 지적





양 : 제가 선생님 글을 처음 본것이 '과산화수소 주사 치료'에 관한 글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의사가 의료계 내부의 치부를 들춘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자정해나가는 것이 의사와 의료 서비스의 신뢰를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의료 상황이 좋지 않은데 '의사가 의사 발목잡기한다'라는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늑 : 그런 반응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치부를 들추는 것인데 우리 주변에 그런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꽤 큰 병원에서도 있습니다. 대부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영진도 깨닫지만 처음에는 환자를 많이 본다는 이유만으로 용인하기도 합니다. 다른 의사들이 문제 있다고 이의 제기를 해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동료들의 시기로 치부하기도 하죠.



이전에 있었던 병원에서도 그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토피에 감마글로블린 치료를 하면서 근거가 부족하다는 동료 의사들의 지적이 있었으나 환자를 많이 본다는 이유로 경영진은 그 의사를 두둔했죠. 꽤 많은 환자를 봤고 병원 수익에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결국 문제가 있다는 것일 밝혀졌죠.





양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비슷한 일들이 사실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의협 내부에서 자정해야할 일이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늑 : 그렇죠. 많은 분들이 의사들이 자정 노력을 안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협이 그럴 권한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봅니다. 의사면허를 박탈해야할 사건인데 의협은 뭐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는데, 문제는 처벌권한은 복지부에서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다음에 해결할 문제는 의협으로 그 권한이 옮겨오면 제대로 할 것인가란 문제겠죠.





양 : 의사들의 이미지도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시대입니다만, 의협은 더 좋지 않은 거 같아서 그렇게 권한이 옮겨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대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기도 합니다. 현 상태로는 의협은 뭐하냐는 이야기를 계속 들을 것 같습니다. (웃음)





늑 : (웃음) 그렇겠죠.






강서 미즈메디 병원 내부





블로그 운영의 원칙





양 : 선생님 블로그를 보다 보면, 어떻게 생각하면 부끄러운 실수에 대해서도 상당히 솔찍하게 올려주셔서 놀랐습니다. 맹장염인 것 같다는 환자를 아니라고 돌려보낸 포스팅을 보고 놀랐습니다. (맹장염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 정확히는 충수돌기염입니다.)





늑 : 지금 생각해도 생생한 기억입니다. 블로그 뿐 아니라 환자를 대할 때에도 항상 솔찍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사로 살면서 멱살 잡히는 일이 꼭 몇 번씩 생기는데, 그런 때 일수록 사실 그대로 있는 그대로 설명을 잘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있었던 일들을 블로그에 그대로 올리는 것이죠. 당시 환자분은 만성적인 복통을 가지고 있었고 대장 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한 후에 증상이 호전되었던 분이였거든요. 아마 용종 제거가 증상이 좋아진 원인은 아니겠지만, 환자분이 검사후 증상이 좋아졌다고 하길래 '과민성 장증후군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장 내시경을 하시러 오기 전에는 직장에서 건강검진으로 초음파까지 하신 분이였는데 특별한 이상이 나오지 않았던 분이였어요. 그런 분께서 다시 속이 좋지 않다며 내원하셨는데 본인이 맹장염인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였어요. 통증의 정도가 더 심해진 것도 아니고 계속 그런 통증이 있어왔는데 의학적으로 보면 최근 검사결과나 증상의 변화가 맹장염이라고 하긴 어려웠죠.



그래서 그럴 가능성 없다고 푹 쉬시라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개인병원을 경유해서 다시 병원에 오셨어요. 맹장이 터졌다고 이야기를 들으셨다는데 검사 결과지를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당시엔 식은 땀이나고 어디 숨고 싶기도 했죠. 결국 환자분과 보호자분께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환자 분이 맹장염 같다고 했을 때 제가 환자분 말씀에 귀를 귀울이지 않은 것은 정말 잘못한 겁니다.' 싹싹 빌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의 맹장염은 아마도 오래 전부터 염증이 있어왔고 항생제를 드셔서인지 조금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한 것 같고 갑자기 더
곪으면서 터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진단이 어려웠던 것 같은데,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고 나니 '내가 박선생 실력은 믿을 수 없지만..그래도 양심은 믿을 수 있소'라며 잘 치료 받고 퇴원하셨죠. (웃음)





양 : (웃음) 저도 식은 땀 나던 일이 떠오르면서 마치 제 일처럼 느껴지는데요.







블로그를 통한 병원 홍보





양 : 블로그에 익명으로 활동하셔서 병원 홍보와는 별 상관이 없어보입니다.





늑 : 그런데 포스팅을 뒤져보면 제 근무지를 언급한 글이 있거든요. 그걸 보시고 병원 Q&A 란에 늑대별님에게 질문한다고 글을 남기신 분이 있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웃음)





양 : 올라오면서 보니까, 병원 내부에서 블로그 경진대회도 벌이는 것 같던데요?





늑 : 제가 좀 일찍 시작했다는 이유로 심사도 맡게 되었습니다. (웃음)





양 : 병원 홍보를 위한 블로그가 많아졌는데, 소통이 없고 의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늑대별 선생님이 이 병원 블로그 운영하시면 상당한 호응을 얻으실 것 같아요.





늑 : 여러 가지 병원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단순히 홍보가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재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면 그것이 홍보가 되겠죠. 신뢰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의사와 병원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특히 미즈메디병원이 산부인과로 유명하다보니, 산부인과나 소아과 선생님들 이름이 육아 커뮤니티에 종종 언급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정당한 비판도 있지만, 때로는 사실이 아니거나 오해하신 것들도 있어서 병원 홍보팀에서 애를 많이 먹습니다. 이런 평판을 조정하고 오해를 푸는데도 블로그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의사 블로거로써 조언





양 : 환자분들께 블로그를 알려드리시나요?





늑 : 일부러 오시는 환자분들께 주소를 알려드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셔서 보셔도 문제가 없도록 운영하고 있죠. 일전에 양깡님이 의사 블로거가 주의해야할 점들을 보고 많이 배웠죠. (웃음)



기본적으로 환자분과의 에피소드를 쓸 때에는 본인이 보더라도 모르게 시점도 바꾸고 성별도 바꾸고 나이도 바꿔서 이야기를 씁니다. 실명이야 당연히 안나오지만 그래도 보고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기분 좋지 않을 수 있잖아요. 환자 뿐 아니라 병원 경영진이 봤을 때에도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양 : 오랫동안 진료받으시는 분들께는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치의와 친밀하게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늑 : 왠지 보는 눈이 많아지면 글쓰기 부담스러워질 것 같아서 말이죠. (웃음)





양 : (웃음)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0만명 방문자 이벤트하실거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늑 : 년말에 10만 방문자 오면 송년회 겸 모일까요? (웃음)







오랜 시간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신 늑대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이야기가 있는 늑대별님의 블로그로 놀러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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