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이터통신은 췌장이나 담관질환 여부나 진단을 위해 사용되는 십이지장 내시경(duodenoscpe)를 통해 7명의 환자에게 슈퍼버그(superbug), 즉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m-resistant enterobactericeae, CRE)이 전파되었고, 2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이것을 국내 일간지에서 번역 게재하면서 의료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관심을 모았다.

슈퍼버그(superbug)란 슈퍼박테리아superbacteria)라고도 하는데 의학계에서는 다제내성균(multidrug-resistant bcteria)과 같은 의미이다. 전문가보다는 일반인들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제내성균의 정의, 증상, 치료, 예방 등을 정리해 보았다.



참고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bacteria is pictured in this medical illustration provided by the Centre of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세균(박테리아, bacteria), 슈퍼박테리아란...



우리 주변에는 미생물이 굉장히 많은데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크게 세균(bacteria), 곰팡이(fungus), 바이러스(virus), 기생충(parste)으로 구분한다. 이 중 세균은 인간과 공존하는 중요한 미생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세균은 약 3000여 종이다. 세균은 피부나 대장 등에 정상적으로 붙어 살고있는데 이들 세균을 ‘정상 세균총(normal flora)’이라고 한다. 신체에 기생하는 세균은 신체를 구성하는 체세포 수보다 많다. 세균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손 같은 피부에 서식하는 황색포도알균(식중독균의 한 종류)처럼 유해한 것도 있지만, 이로운 세균도 많다. 대장에 있는 락토바실루스균(lactobacillus)은 소화를 돕는 효소를 만든다.


정확하게 말하면 슈퍼박테리아(superbcteria)란 용어는 없었다. 일반인의 관심을 끌고 위험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상징적으로 탄생한 단어다. 세균이 문제를 일으켜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항생제를 써서 치료한다. 하지만 강력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면 세균이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결국 세균은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耐性)을 갖는다.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을 다제내성균(multidrug-resistant bacteria)이라고 한다. 따라서 슈퍼박테리아의 정확한 명칭은 다제내성균이다. 다제내성균은 항생제 과다 사용이 초래한 결과다.



국내 항생제 처방률과 다제내성균의 종류는...

국내 항생제 처방률은 그동안 많이 줄었다지만 아직 선진국보다는 많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항생제 사용량 지수는 인구 1000명당 21.3이다. 우리나라는 21.5로 조금 높다.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네덜란드는 12.3, 슬로바키아는 27.2다. 또 우리나라 전체 항생제 처방률은 2010년 기준 25%다. 역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23%보다 높다. 다행히 2000년대 초 43%에서 점차 낮아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치료가 힘든 다제내성균은 30여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개정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래와 같은 여섯 가지 다제내성균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
  •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 다제내성 아시테노박터 바우마니균(MRAB),
  • 다제내성 농녹균(MRPA),
  •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다제내성균의 증상과 주요 감염경로는...
건강한 가족이나 간병인은 노출되도 크게 문제 안돼


다제내성균이든 일반균이든 손이나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증상도 모두 같다. 폐를 파고들면 폐렴(pneumonia), 혈액은 패혈증(sepsis), 소변은 요로감염(urinary track infecton,UTI)으로 나타난다. 슈퍼박테리아, 즉 다제내성균에 감염됐다고 일부의 오해처럼 살을 파먹고 들어가 사람이 죽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다제내성균은 현재까지 개발된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세균에 감염되려면 숙주(환자), 세균, 환경 3요소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은 이 요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곳이다. 병원에는 다양한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많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서 항생제를 쓰고, 상대적으로 다제내성균이 증가한다. 수술이라도 받으면 다제내성균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진다. 그러나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이 건강하다면 다제내성균에 노출돼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제내성균의 치료방법과 국내 실대는...
십이지장 내시경이 감염위험 요인으로 지적되었는데  


다제내성균 감염이 의심되면 가래, 소변, 혈액검사 등으로 균을 3~4일 정도 배양하여 정체를 파악한다. 균의 정체를 알아야 어떤 항생제를 쓸 지 결정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항생제는 사용하는 성분에 따라 약 20여 계열이 있다. 다제내성균은 보통 세 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카바페넴(Carbapenem), 리네졸리드(Linezolid) 계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은 위험하다. 이땐 역으로 다제내성균의 감수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십 년 전에 개발한 항생제로 치료한다.


201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인용하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때문에 패혈증에 걸린 환자는 1년에 3000명이었다. 이 중 1000명이 사망했다. MRSA는 병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다제내성균이다. MRSA로 패혈증이 생기면 30% 이상 사망한다. 미국은 2000년 초 자료에 따르면 1년간 MRSA 감염으로 1만9000명이 사망하였다. 지난 2012년에도 일리노이주와 워싱턴주, 펜실베니아주에서 150여 명의 CRE 감염 환자가 발생했고,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는 시애틀 한 병원에서는 CRE 35명 감염에 11명이 사망한 바 있다.


병원에서는 십이지장 내시경을 제작한 올림프스, 후지필름 같은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제시한 표준 살균법을 따라 기기를 소독 살균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보도내용에서 지적했다시피 내시경의 복잡한 모양새와 구조상 세척이나 소독 과정에서 세균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면서 개선된 살균법이 등장하거나 더 엄격한 표준이 적용될 것이다. 이번 미국의 슈퍼박테리아 사건은 UCLA병원이 "내시경 역행 췌담관 조영술 (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에 사용되는 십이지장 내시경의 소독에 문제가 있어 벌어진 특수 상황이라는 게 의료전문가의 지적이다.  따라서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위내시경과는 차이가 있다.



다제내성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간병인들 위생에 신경써야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청결이다.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한다. 의료진이 처방한 항생제는 정해진 기간을 지켜 복용한다. 일주일치 항생제를 이틀만 먹고 끊었는데 증상이 악화돼 다시 항생제를 처방받는 게 여러 번 반복되면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갖게 된다. 병원에선 간병인들도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항상 여러 환자와 접촉하기 때문에 다제내성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의료기관은 미국처럼 항생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처방 중재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해야 한다.



참고 REUTERS -  Exclusive: U.S. health officials push for stricter 'superbug' defense

      동아일보 美병원서 치료불가 ‘슈퍼박테리아’에 179명 집단 감염 가능성 (2015-2-21) :


번역된 제목에서 "치료 불가"라는 표현이 잘못되었고, 본문 내용 중 "CRE는 일반 장내 세균처럼 요로감염, 폐렴, 패혈증 등의 감염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치사율은 최대 50%에 이른다."라고 부분에서 CRE를 바이러스라고 표현한 실수가 있었다. 그리고 "췌장"을 '취장'이라고 하는 오류도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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