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보건지소에 있다보니 연세 많으신 할머님, 할아버님들께서 주로 오십니다. 때로는 정말 볼 때마다 건강하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연세가 90이 넘으시는데도 정정하신 어르신들도 계시죠.





팔순을 넘기신 어르신 중에는 진료실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일본어로 대답하시기도 합니다. '소우데쓰까 (그렇습니까)?', '와카리마시타 (알겠습니다)' 같은 간단한 답변을 일어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그럴 때마다 '일본어 잘하시네요' 라고 여쭤보면 흥이 나셔서 일제시대때 이야기를 한보따리 털어 놓으십니다. 일본어를 배웠던 배경과 가족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면, 일제시대 징병되서 일본에 끌려간 사촌 오빠이야기부터 당시 국민 교육헌장을 일본말로 외워야 했던 사연,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해방 이후, 동란 등등 정말 생생한 근대사 증언이 이어집니다.











요즘 언론등을 보니 위안부가 있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일부 단체에서는 강제로 우리 나라 여성들을 일본에서 데러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나봅니다. 모르겠습니다. 학술적 근거가 없어서 학자로써 하는 말인지, 아니면 일본이 좋아서 하는 소린지는 말이죠.





저는 당시에 일본이 할머니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믿습니다. 어디를 통해 읽은 것이나, 이제 것 그렇게 교육 받아서가 아니라, 제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믿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오셨던 OOO 할머님은 당시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끌려갔던 상황에서 사촌 오빠는 일본에 징집되서 해방이 된 후 다행히 일본에서 돌아왔지만, 동내 젊은 총각중 상당수는 살아 오지 못했다고 말하시더구요. 제가 근무하는 창녕지역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할머니는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게 하려고 어르신들이 서둘러 시집을 보내서 옆 마을에서 이곳으로 오시게 되었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당시 어르신들이 일본군에 끌려가면 여자 못쓰게 된다고 얼굴도 모르는데 서둘러 시집보냈다니깐. 그래도 결혼한 여자는 안끌고 갔지. 일제시대 6.25 참 질기게도 사는구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확인하지 않아도 일제 시대를 겪으신 어르신들은 다 기억하는 이야기인가 봅니다. 한분이 하시는 말씀도 아니고,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그렇게 기억하시는 것을 봐서는요.





해방 후 군대에 끌려갔던 여자들이 돌아와서 마을 어귀 냇가에서 단체로 목욕했었다는 말씀도 하시던데, 무슨 의미였는지, 의식적인 행사였는지는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군대에 끌려간 여자라고 표현하신 것이 위안부를 이야기하시는 것 같기는 합니다.





어짜피 진료실에서 나누는 대화라 제가 그 부분을 꼬치꼬치 캐묻기도 그래서 할머님 이야기를 주로 듣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당시를 기억하시는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우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이야기해줄까?'











저라도 이런 노인 분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내 아이들과 주변에 이야기하려고 포스팅으로 기록을 남겨봅니다. 혹시 위안부는 없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 네 무슨말 하려는지 압니다. 강제로 끌고 갔다는 증언은 있지만 객관적 증거는 부족하다고요. 그래도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귀 귀울이고 소중히 간직해야하는 것이 이 땅을 살아가야하는 우리의 임무가 아닐까요.





'할머님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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