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C) 청년의사


제주 올레길 7코스를 따라가다 풍림리조트에 이르면 작은 정자를 만나게 된다. 지구 밖 행성처럼 험한 길을 더듬느라 잔뜩 긴장한 다리를 쉴 수 있는 정자에는 ‘바닷가 우체국’이라는 붉은 간판이 붙어 있다. 정자에 앉아 파랗게 펼쳐지는 바다를 내다보노라면 마음속에 담아둔 그리운 얼굴이 먼 하늘가로 떠오르고, 그 사람에게 한자 적어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바닷가 우체국’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위한 곳이다.

편지를 부치고서 답장을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답장에 대한 답장을 다시 보내고... 그러다보면 시나브로 서로의 생각이 닮아가는 느낌이 들던 추억 말이다. 생각해보면 편지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쌍방향 통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온통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이 대부분 편지쓰기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예쁜 편지지를 펼치고 펜촉에 잉크를 찍어 곱게 사연을 써내려가던 기억이 언제였던가 싶다.

대학 다닐 때 읽었던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줄거리가 생각난다. 사람들의 삶이 여유롭던 도시에 어느 날 회색 옷을 입고 시가를 피우는 신사들이 나타난다. 회색신사들은 사람이 낭비하는 시간을 저축하면 예순두 살이 될 때 이자까지 쳐서 받을 수 있다고 꼬드기는데... 시간저축 프로그램에 가입한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득달같이 나타나 경고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건조하고 숨 막히는 삶을 살게 된다.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재능을 가진 모모가 호라박사의 도움을 받아 회색인간들을 퇴치하게 되고, 사람들은 다시 삶의 여유를 되찾는다는 동화이다. <모모>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우리가 어느새 회색신사들의 꼬임에 넘어가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손 편지쓰기처럼 시간 품이 많이 드는 일을 버리고 쫓기듯 살게 된 것 같다는 푸념을 하고 싶어서이다.

트위터를 통해서 심평원에서 자문하고 있는 평가에 관한 소식도 팔로워들에게 전하고, 의견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평가에 관한 소식보다는 심사나 제도에 관하여 더 궁금한 사람들이 더 많았는데, 실시간으로 답을 주고받는 트위터의 특성의 따라갈 수 없었다. 즉,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던 것이다. 결국 트위터를 이용한 쌍방향 통신은 어렵다는 결론만 얻고 말았다. 많은 것을 기대하셨을 트위터리언들께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

5월 29일에는 우리원이 주관한 「규제개혁 대토론회」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제목보다는 그 앞에 붙은 ‘보건의료계의 소통.발전을 위한’ 토론회라는 점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심평원이 앞으로 요양기관 그리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기화의 심평통신]도 그런 배경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보면 좋겠다. 마침 청년의사의 양광모 국장과 우연히 자리를 같이 한 것도 이 코너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심평통신은 심평원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필자의 생각을 담아내려고 생각하는 한편, 심평원이 하는 일에 관한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가 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 같다.

필자가 주로 자문하고 있는 평가업무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심평원의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취재(?)하여 알리는 한편, 독자 여러분의 질문도 받아 답변하는 방식으로 꾸며보려고 한다. 특히 모모처럼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지킬 것이다. 출발부터 폭주열차처럼 내달리다 일찌감치 진이 빠져 무너지기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탄력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점은 독자 여러분과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성경말씀처럼 시작은 미미하였지만, 그 끝은 창대하기를 기대한다.

[양기화의 심평통신]을 통하여 공유하고 싶은 궁금증을 필자의 이메일(yang412@hiramail.net)로 보내주면 답변을 보내고, 본란을 통하여 소개하도록 하겠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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