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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병원 응급실들은 왜 항상 붐빌까

위키피디아 이미지 - 응급실


A씨는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심야에 복통이 심해 방문한 응급실은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 침대는 환자수보다 모자라 의자 또는 바닥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처음에 잠깐 의사가 와서 보고 간 이후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도 없었다. 혼잡이 좀 정리된 새벽 2시 경이 돼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다시는 하기 싫은 경험이었다.

B씨도 응급실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병과 고관절 골절을 가지고 계시던 아버지를 모시고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병상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한참의 실랑이 끝에 타고온 사설구급차의 간이침대 자리에 누워 대기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당연히 사설구급차 업체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A씨나 B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 곳은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매출이 상위인 병원들이다. 이곳에서는 항상 병상이 모자라기 때문에 의자 또는 심지어 바닥에 누워서 진료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이런 혼잡을 이유로 가능한 응급실에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한다. 경증 환자는 인근 병원으로 가도록 권하거나 낮시간에는 외래 진료를 안내하는 식이다. 때로는 B씨처럼 구급차를 타고 내원한 환자 중 앉기조차 힘든 경우에는 환자를 이송하는 간이 카트가 응급실 임시 병상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응급실 과부하의 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응급실 병상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응급실에 진짜 응급환자들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소위 빅5병원에서 진료를 받길 원하는 환자가 많은 것이 원인이다. 그렇다보니 응급실에 입원 대기 환자들이 쌓이게 되고 진짜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실상 지금의 응급실은 입원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일종의 대기소가 된 셈이다.

그렇다고 응급실 병상을 늘리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병상을 만들어도 실제 입원병상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응급실 병상 부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응급실에 근무한 개인적 경험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명절이 되면 수술이 없어 입원 병상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응급실 병상 부족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근본 원인은 입원 대기 환자이다. 그렇다면 입원 병실을 늘리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들 병원들은 이천병상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더 키우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또 설령 그렇게 규모를 키운다고 해도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들도 응급실 과밀화의 책임이 있다. 저수가 기반의 의료현실에서 적자를 면하려면 비급여 항목을 키워야만 하는데 대형병원에서 그 대상은 주로 암환자다. 새로운 암환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래도 늘려야하고 환자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봐야 한다. 이렇게 암환자들이 늘면 입원 수요뿐 아니라 평소 증상이 나빠질 경우 응급실로 방문하는 경우도 늘게 돼 결과적으로 응급실 과밀화를 초래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응급실 과밀화 현상을 막을 수 있을까?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쏠리지 않도록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나 의료계가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조금 더 파격적이고 과격한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면 외래 환자 수를 입원 병상수와 연계해서 제한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외래 환자가 늘면 입원 환자가 늘뿐 아니라 입원을 대기하기 위해 응급실을 찾는 사람도 늘어나니 적정 수준의 외래 예약 가능 숫자를 병상 수와 연계해 제한하는 방식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 선택을 사실상 제한당하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수를 늘리기 어려워지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정부나 의료계가 말로만 듣기 좋은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같은 뜬구름을 잡는 것 보다는 훨씬 효과가 좋을 것 같지 않나. 하기야 이 대안도 당장 실천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당장 혼잡한 응급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2차병원 응급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김승환  drshaw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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