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관련 토론회 - 본 칼럼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C) 청년의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요양병원의 급여적정성평가를 담당하고 있어 더욱 그랬겠지만, 최근 발생한 요양병원의 화재참사 소식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방화에 의한 화재라고 해도 신고 4분 만에 도착한 소방대가 2분 만에 큰불을 잡고, 다시 22분 만에 잔불을 정리했음에도 무려 21명의 인명피해가 났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다. 불이 난 건물에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34명의 환자가 있었음에도 간호조무사 1명만이 야간당직을 맡고 있었다고 한다.

2014년 4월말 현재 요양병원은 전국에 1,284곳이 개설됐다. 이는 2004년 113개소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심평원에서는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해 요양병원의 질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8년부터 평가를 시작했다. 평가는 시설, 장비, 인력으로 구성되는 구조부문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나타내는 진료의 과정과 결과를 포괄하는 진료부문을 나타내는 지표들로 구성됐다. 제1차 평가의 결과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수준의 차이가 너무 심했을뿐 아니라 구조 부문과 진료 부문이 전혀 상관관계를 나타내지 않았다.

요양병원 병상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질낮은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시급하게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이에 2010년 제3차 평가부터는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의 결과 구조부문과 진료부문이 공히 하위 20%에 속하는 기관에 대하여는 입원료 가산과 별도보상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금전적 불이익을 줌으로써 질향상 노력을 촉구하자는 의도였다. 이런 사항을 사전에 알리고 평가가 진행됐음에도 3차 평가에서는 모두 30개 기관이, 그리고 4차 평가에서도 40개 기관이 인적가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됐다.

그런데 이들 기관 가운데 24개의 기관(3차 평가에서 9개 기관, 4차 평가에서는 15개 기관)들은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앞서 평가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행정조치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조사방식이 위법했다는 요양기관의 주장을 인정해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대법원에서도 원고인 요양기관의 주장을 받아들인 확정판결을 내린바 있다. 1,000개나 되는 요양병원을 모두 직접 방문해 현지조사를 하지 않은 점이 평가에 참여하는 요양병원의 평등권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평가 실시 전에 평가대상 요양병원 중 일부 기관을 무작위 선정해 요양병원에서 제출한 조사표의 진실성을 확인한다고 사전 공지한 바 있고, 통상적인 통계기법으로 사용하는 표본추출에 의한 신뢰도 점검을 통해 전체 요양병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사표를 작성하고 있다고 보았다는 심평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요양병원 관련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의 판결이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올까 두렵다.

요양병원은 우리들이 나이 들면 신세져야 할 곳이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입원한 병원에서 오히려 사고를 당해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강조에 강조를 더해도 과함이 없을 터이다. 그리고 안전관리의 책임은 병원 뿐 아니라 여기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도 있다 할 것이다.

논어 팔일편에서 공자는 “獲罪於天 無所禱也(획죄어천 무소도야)”라고 했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게 된다”라고 풀이한다.

이 말씀을 각자 맡은 사회적 책임으로 확대해 본다면 환자를 돌보는 요양병원 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들도 안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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