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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기생충이 산 사람 위협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생선 통조림에서 하얀 기생충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충분히 익혀서 포장 가공되어 있어서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설명이다. 비단 식품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생물학을 배운 사람들은, 설령 기생충이 있더라도 익혀 먹으면 몸속에서 단백질로 흡수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단백질이라고 다 같은 단백질일까? 그리고 살아서도 몸속에서 그렇게 깽판 치고 다니는데, 과연 익혔다고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가끔 든다. 익힌 기생충이 몸에 문제를 일으키기 어려울지 몰라도 단순히 조리로 죽은 기생충 사체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번에는 드물긴 하지만 있을 수도 있는 죽은 기생충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생선 통조림 속에서 가끔 보이는 기생충 사체는 고래회충(Anisakis)이다. 제대로 조리되지 않은 생선이나 신선하지 않은 생선을 섭취하면 그 안에 있는 고래회충을 같이 섭취, 복통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태까지 고래회충증(Anisakiasis)은 생선을 잘 익히거나 가공해서 기생충을 죽인 후에 섭취하면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스페인에서 안초비(anchovy, 지중해산 멸치)를 먹고 여러 사람이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드물지만 과민성 쇼크(Anaphylactic shock)까지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초반에는 단순히 생선이나 어패류 알레르기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이뤄진 검사에서 알레르기 반응할 때 올라가는 IgE(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과민 반응을 매개하는 항체) 항원이 상승한 것을 근거로 고래회충을 섭취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사실 고래회충 감염은 단순히 복통만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고래회충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인간 몸속에서 오래 생존할 수는 없지만, 일단 위장에 들어가면 위장 벽에 침투하기 위해 다양한 물질을 생산해낸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면역체계는 이러한 물질에 대항하여 항체를 생산해내고, 경우에 따라 면역체계가 감염 이후 고래회충에 대한 과민증(hyper-sensitivity)을 보이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치 우리가 벌에 쏘이고 나서 벌독에 과민증을 보여 이후 다시 벌에 쏘일 경우 심각한 과민성 쇼크 상태에 빠지게 되는 상황과 비슷한 이치다. 이렇게 항원에 한 번 노출된 다음 다시 같은 항원에 노출될 경우 다양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간단히 간지럼증 정도로 끝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미세한 양에도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고래회충의 항원에 대한 위험도나 안전성이 정확히 연구되거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래회충에 의한 과민성 반응을 다른 어패류나 생선 알레르기로 쉽게 생각하고 치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래회충이 동물에 따른 과민성 반응의 차이가 있는지, 기존에 있던 알레르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이런 민감성 반응을 일으키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생충 문제는 이미 인류가 해결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고래회충은 생선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회가 위험하다거나 생선을 먹지 말아야 한다거나 하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죽은 기생충도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일 뿐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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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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