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이미지 - Michael R Bloomberg


2012년, 코넬대가 뉴욕시에 새로운 ‘테크’ 캠퍼스를 연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가 블룸버그 뉴욕 전(前)시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가 곧 스타트업’이라는 모토를 갖고 스타트업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이용해 도시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국가나 도시는 기업처럼 다뤄서는 안 되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스타트업 ‘앙뜨십(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은 커다란 기업의 운영방식과 달라서 도시 혁신에 유용한 측면들이 많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아이디어를 구현해 어느 정도 지속가능한 궤도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본이 뒷받침돼야 하며,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인재들이 그 조직에 머물러 있고 싶어 하는 문화를 갖춰, 언제라도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제작을 도시 설계에 접목해 본다면, 아마 도시 내 일자리 늘리기가 최우선 순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은 창업한지 5년 이내의 기업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므로 창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기업들이 적절한 자리를 차지해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리콘밸리가 역동성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 도시로서 기능하기 위해 많은 지원이 있었고, 성공사례들이 나오면서 이들이 또다른 생태계를 만드는 선순환의 고리를 갖게 된 것이다. 단기적인 일자리를 만들려고 공공근무나 일부 건설일용직 정도의 일자리를 만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의 정책으로는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뛰어난 사람들을 ‘리쿠르트’하는 것도 중요한 의제다. 도시에서도 그런 인재들이 넘치도록 만들어야 다양한 기회가 생겨날 것이고, 그들로 인해 도시가 발전한다. 블룸버그 뉴욕 전(前)시장이 세계적인 공대를 유치하기 위해 지원책을 내놓고 코넬대가 뛰어들게 만든 것이나, 페이스북으로 하여금 뉴욕시내에 엔지니어링 오피스를 2012년에 열도록 유도한 것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일자리를 조금 많이 늘리는 공장을 유치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정책이 그 도시의 장기적인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도시의 재정을 수동적으로 쓰기만 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발전을 끌어내기 힘들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에는 이들의 생태계를 돌아가게 만드는 자금들이 있었다. 벤처캐피탈과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았기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다. 도시나 국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기란 불가능하다. 여러 기업이나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이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눈 감아주는 투자문화가 중요하다. 단순히 높은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에 기부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런 선의의 원천이 늘어날 때 성공의 생태계가 그려질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투자문화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문화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 같은 문화를 가진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차이는 명확하다. 실리콘밸리가 ‘테크’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도시가 됐지만, 다른 도시들이 우위를 가진 점들도 있다.

일례로 LA가 할리우드와 미디어라는 강력한 대중문화 기반을 기술과 연결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며, EA나 블리자드와 같은 대표적인 게임회사들과 넥슨의 미국지사가 LA 인근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게임 쇼인 E3가 이 도시에서 열리며, 수많은 소규모 게임 프로젝트들에 참여를 권유하는 포스터들이 이 도시의 주요 대학 캠퍼스에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의 강점은 무엇인가?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고, 거기에서 어떤 새로운 산업 혁신이 가능하며, 이런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야심찬 사람들이 들어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도시를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물론 국가도 마찬가지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만 대변하고, 모든 것을 기존의 관례에 따라 관료적으로 수행하며, 새로운 변신을 위해 그 구성원들인 기업이나 개인들이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 도시나 국가는 미래 세대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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