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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감소냐, 지방 흡수 방해냐?

출처 - 위키피디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여러 건강 보조 식품과 한약재 그리고 전문의약품들이 널리 이용되는 시대다. 건강한 체중 감량은 식사 조절과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쁘기도 하고 빨리 효과를 보기 원하는 현대인들은 다이어트 보조제를 선택하고 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은 이런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살을 빼기 위해 부작용 위험이 있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욕망이 만든 모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비만 클리닉을 찾아서 약을 처방받는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 다이어트 약물에 대해 제대로 알면 조금이나마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모든 약물을 자세히 다루는 것은 어렵지만 현재 처방되는 약물의 종류와 부작용에 대해 정리를 해보겠다.

우선 다이어트 약품은 그 작용에 따라 ‘식욕을 감소시키는 약’과 ‘지방 흡수를 방해하는 약’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물론 몸의 수분을 빼내는 약도 있고 대사량을 올리는 약도 있지만, 이는 주된 작용이라기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빼겠다.

식욕을 감소시켜주는 대표적인 약물로는 리덕틸(reductil), 슬리머(slimer)와 같은 시부트라민(sibutramine) 제제가 꼽혔지만, 안전성 문제로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시부트라민 이외에도 식욕을 감소시켜주는 약물로 푸링정(Phendimetrazine tartrate)이 있다.

2005년도 조사에 따르면 비만 클리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약이 바로 푸링정이라고 하는데, 식욕을 억제해 밥맛을 싹 달아나게 한다.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는 뛰어나지만 문제는 2개월 이상의 장기 복용은 권장되질 않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또 녹내장, 중증도의 고혈압,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는 환자가 다른 식욕 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임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는 처방을 못 하게 되어 있으며, 약을 복용한 후 심장이 빨리 뛰거나 불안감, 현기증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지방 흡수 저해제로 대표적인 약은 제니칼(Orlistat)이 있다. 이 약은 섭취한 지방 중 70퍼센트만 흡수되게 하고 나머지 30퍼센트는 변으로 배출되게 한다. 내가 먹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에서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흡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방 흡수만을 방해하는데 상대적으로 안전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6개월 이상 장기 사용이 승인되었다. 소아나 고령인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안전한 약으로 알려졌다.

이 약의 한계점은 지방의 흡수만을 방해한다는 거다. 삼겹살과 중국 음식, 통닭이 뱃살의 원인인 사람이야 이 약을 먹으면 효과가 좋겠지만 비만의 주된 원인이 과도한 탄수화물 때문이라면 효과가 비교적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고지방식을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최고의 약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하루 섭취 칼로리 중 지방이 3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사람에게 있어 제니칼을 처방할 경우 드물긴 하지만 위장 관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 장기 복용할 경우 지용성 비타민 흡수가 감소될 수 있어서 지용성 비타민 함유 종합 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의사들이 해야 할 고민이고 환자 입장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지방이 둥둥 떠 있는 변을 본다는 거다. 가스가 많이 찬 날에는 괄약근 조절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팬티에 기름이 묻는 일도 생긴다. 생각만 해도 유쾌하지 않다.

비만 치료제로 허가되지 않은 약이 처방되기도 한다. 약물의 부작용을 활용하는 것이다. 써모펜(sermopen)은 우리가 아는 타이레놀 성분(Acetaminophen)과 에페드린(Ephedrine)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에페드린이 식욕을 감퇴시키기 때문에 살을 빼는 목적으로 만든 약은 아니지만 비만 치료 중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약물들이 있다. 일부는 비만 치료를 위해 허가된 약도 있고, 비만 치료제로 허가되지 않은 약물도 있다. 생활 습관 교정과 운동이 아닌 약물 처방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부터 허가 외 약물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실제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는 병원에서는 여러 약물들을 조합해 쓰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부작용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을 먹으면 식욕이 마술처럼 뚝 떨어진다. 식사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는 것을 한 번 경험하게 되면 또 다시 찾게 된다. 실제 예를 들면 운동을 해본 적 없는 여성이 하루에 500칼로리 이상을 운동으로 소비하려면 70킬로그램 성인이 시속 8킬로미터로 1시간가량 뛰어야 한다. 만약 70킬로그램보다 가벼운 사람이 500칼로리를 소모하려면 더 빨리 뛰든지 더 오래 뛰어야 한다. 500칼로리를 먹는 것으로 따지면 과자 한 봉지 또는 커피 한 잔에 케이크 한 조각일 뿐인데, 이렇게 땀 흘리며 뛰어야 그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다. 결론은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데, 운동하면 배가 고프고 식욕은 왕성해진다. 그러니 약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렇게 약으로 체중을 줄이더라도 영원하지 않다. 대개의 식욕 억제제의 경우 약을 끊게 되면 식욕의 쓰나미(tsunami)가 물밀듯 밀려온다.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아주 간혹 약 먹고 살 뺀 후 줄인 체중을 평생 잘 유지하고 산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생활 습관 개선이 함께 이뤄진 경우다. 이와 반대로 약물을 끊고 체중이 늘어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식생활 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도 하지 않고 약에만 의존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약물에 대한 논란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약물 안전성과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명확한 사실이다. 다만 다이어트 약물 처방 실태를 얘기할 때에는 안전성 이외에 약으로 체중을 줄이고자 하는 사회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도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작성자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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