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이미지 - 타이레놀


외로움이나 소외감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고통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데 단 2분밖에 걸리지 않으며 소외감,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기 존재의 의미에 대한 확신이 낮아지는 등 큰 부작용이 생긴다.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외로움, 소외감의 늪에 빠져들기 쉽고 그 영향력 또한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얘기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회적 고통이,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 같은 수사가 의미하듯, 단순히 심리적 타격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신체적 고통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즉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진짜’ 아프게 된다는 것이다.

Eisenberger 등의 연구자들은 소외감 같은 사회적 고통을 겪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신체적 고통을 관장하는 뇌 영역과 거의 겹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신체적 고통의 감각적인 부분(신체적 통증) 또는 정서적 부분(통증으로 인해 기분이 나쁨)과 관련된 부위 중 정서적 부분과 관련된 뇌 영역(dACC, Anterior Insula)이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크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통증을 느낄 때 정서적 부분과 관련된 부위가 마비된다면 통증은 느끼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고 함).

즉 사회적 고통의 괴로움은 신체적 통증의 그것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Dewall 등 연구자들은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의 기제가 비슷하다면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먹었을 때 신체적 통증이 가라앉듯 소외감이나 외로움 또한 가라앉을 것인가라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연구 결과는 ‘그렇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 상에서 따돌림을 통해 소외감을 느낀 참가자들이 타이레놀을 먹을 경우 위약을 먹은 참가자들보다 소외감을 덜 느낀다고 보고했고 고통과 연관된 뇌 부위에서도 비교적 낮은 활성화 정도를 보였다.

즉 타이레놀이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사회적 고통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진통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정확한 기제와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진정시키는 과정에 어떤 공통점들이 있는지가 밝혀지면 의료계와 심리학계 모두에 다양한 시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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