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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 봄비와 인공지능

위키피디아 -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포스터


1954년 6월 7일 영국의 한 저택에서 한 남성이 사망했다. 그의 이름은 앨런 튜링(Alan M. Turing). 당시 범죄시됐던 ‘동성애’란 이유로 화학적 거세를 받았던 그는, 투약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결국 자살을 택했다. 당시 튜링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목소리가 여성스럽게 변하고, 가슴이 나온다는 고민이 담겨있었다.

튜링은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24시간 마다 암호가 바뀌는 ‘에니그마’를 이용해 통신을 했었다. 그는 이 암호를 깰 수 있는 ‘튜링 봄비(Turing Bombe)’를 개발했다. 이로 인해 2차 세계대전이 일찍 종료됐고 1,400만명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면 암호학자로서의 튜링의 면모를 잘 알 수 있다.

튜링은 컴퓨터 공학과 정보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캠브리지 대학 교수로 있을 때 쓴 논문 ‘계산 가능한 수와 결정할 문제에의 응용’은 컴퓨터 개발의 이론적 토대가 됐었다. 게다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뛰어났다.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앞으로 생겨날 ‘인공지능’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인공지능을 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고안한 것도 바로 그다.

작년에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유진’이란 인공지능 컴퓨터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학자들 사이에서는 ‘유진’이 실제로 우리가 기대하는 인공지능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정말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는지도 명확치 않다고 한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인공지능에 대한 논란이 최근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테슬라를 창업한 엘론 머스크 등은 인공지능을 ‘악마’에 비유하며 기계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그와 반대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페이팔(Paypal) 창업자 피터 틸 등은 ‘우려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논란은 우리의 일자리와 무관하지 않다. 조만간 상용화될 무인자동차만 하더라도 택시와 대리운전 기사의 일자리를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또 IBM에서 만든 왓슨이란 인공지능 컴퓨터를 보험분야에 사용하면 심사 인력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요즘에는 로봇(정확히는 알고리즘)이 기자를 대신해 기사를 쓴다. 2014년 3월 미국 LA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속보를 가장 빨리 알린 기자는 로봇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공지능과는 거리는 있을지 모르지만, 일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지진정보를 받아 온라인으로 기사를 발행했다. 이 과정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의 <가디언>은 2013년 11월 로봇이 쓴 기사들로만 구성된 주간신문 ‘더 롱 굿 리드(the long good read)’를 실험 발행하기도 했다. 금융기사, 스포츠 기사도 로봇 기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13년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 중 절반가량이 ‘로봇 또는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기계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준비해야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이 바뀔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양광모  editor@healthlo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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