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C) 청년의사


200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요양기관이 알아서 잘하고 있는 의료서비스를 간섭하고, 제약을 두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다고 한다.

공산품의 제조과정에서나 들어보던 질관리(quality control), 혹은 질평가(quality assurance)라는 생소한 개념을 의료에 접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결국 통하게 된 것이다.

외래약제처방 평가로 시작한 요양급여적정성평가는 2006년까지 급성기 질환 중심으로 추진하면서 정착되었다. 2007년부터는 적정성평가에 임상질평가가 포함되었고 평가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가감사업이 시작되었다.

2011년부터는 평가영역을 만성질환까지 넓히고, 요양기관의 질향상 노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제 심평원의 요양급여 적정성평가의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고해지면서 적정성평가결과는 요양기관의 브랜드파워가 되고 있다.

평가가 확대되면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여, 질향상 업무를 다루는 부서를 두고 있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심평원이 하고 있는 질향상 지원 사업은 뉴스레터, 커뮤니티, 교육과정, 우수 사례 선정 그리고 컨설팅사업 등이 있다. 그 가운데 컨설팅 사업은 질향상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질향상 활동을 활성화하고 개선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1년 4개 병원을 대상으로 시작한 질향상 컨설팅 사업은 4월경 전국에서 지원을 받아 선정된 6개의 병원을 대상으로 약 7개월에 걸쳐 진행하게 된다.

컨설팅 팀은 심평원의 실무담당자를 중심으로 평가위원과 외부의 질향상 전문가를 초빙하여 구성된다.

컨설팅 사업의 얼개는 다음과 같다. 4월에 컨설팅 대상기관을 공모하여 선정하고, 대상기관의 현황을 분석하고 사전 요구를 조사한다.

이어서 참여기관의 질향상 담당자를 대상으로 2일간 질향상 교육을 실시하고, 5월에는 참여기관에서 준비한 질향상 활동계획서를 제출받아 같이 검토한다.

8월부터 9월에 걸쳐 컨설팅 팀이 참여기관을 방문하여 중간점검 및 피드백을 하고 기관별 맞춤형 교육서비스도 제공한다. 참여기관의 전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통하여 질향상에 대한 개념을 공유하고 참여의식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10월에는 질향상 활동의 결과를 발표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질향상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도 안내한다.

11월에는 최종 질향상 활동 결과보고서를 제출받고, 질향상 활동 우수기관을 선정하여 포상한다.

2011년부터 금년까지 모두 22개 기관에서 26개 항목에 대하여 질향상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였다. 컨설팅 이후에 진행된 평가의 결과가 나온 2011년과 2012년의 경우, 컨설팅에 참여한 10개 기관에서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특히 A병원은 컨설팅 이전에 3등급이었던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평가에서 26.6점이 높아져 2등급에 진입하였고, B병원 역시 3등급이었던 뇌졸중평가가 컨설팅 이후에 14.1점이 올라 2등급에 진입하였다.

C병원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었다. 컨설팅 이전에 가감 9등급이었던 급성심근경색증평가에서 19.64점이 올라 1등급에 진입하였다.

의료진과 질향상 담당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이룩한 성과일 것이다.

최근에는 요양병원의 참여가 늘고 있다. 요양병원은 제반여건이 어려워 질향상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은 형편이라서 더욱 반갑다.

하지만 진료행태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일반병원에서 발전시켜온 질향상 프로그램을 요양병원에 그대로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요양병원에 적합한 질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질향상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어서, 혹은 인력에 여유가 없어서 등의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건이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이다. 심평원의 질향상 컨설팅 사업을 활용해보기를 권한다.

편리하면서도 비용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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