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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빅데이터

위키피디아 이미지 -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 빠지지 않는 CCTV


프라이버시란 말은 라틴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 어원을 찾아보면 분리, 단절, 공적 영역으로부터 잘려 나온 ‘나만의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하면 사회로부터 독립된 은밀한 영역을 가질 수 있는 권리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현실공간에서는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물리적인 분리로 얻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집(home)이다. 집은 개인에게 휴식과 재생산을 줄 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프라이버시가 다소 모호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공개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출시된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전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 저녁에 먹은 음식메뉴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주말에 놀러간 사실을 트위터에 사진과 위치 정보(GPS 좌표)를 함께 공개한다. 이런 행위는 다른 사람과 연결해주는 순기능도 하지만, 엄격히 말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아직은 흔치 않지만, 이를 악용해 범죄에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일부 학자들은 프라이버시를 사회생존권과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은 인종과 성별, 출신 지역, 병력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흑인, 여성, 특정 지역 출신이 차별받는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는 흑인 청년이 경찰에 총에 맞을 확률이 100만 명당 31명으로 백인 1.5명보다 20배가 넘는다.

진료정보 역시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프라이버시에 해당된다. B형 간염에 감염됐다는 사실만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됐다. 뿐만 아니라 직원 건강검진 결과를 사측이 먼저 열람해서도 안 된다. 건강상의 이유로 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임상연구에서는 프라이버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익명화과정(de-identify)을 거쳤다고는 하나 희귀질환자의 경우 개인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네기멜론대학 연구진이 공개된 연구논문과 인구조사자료 및 투표인명부를 통합해 분석해보니 헌팅턴씨 병 환자의 50%, 판코니 빈혈 환자의 70%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익명화를 하더라도 상당수의 진료정보가 개인을 특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빅데이터 건강정보도 프라이버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평원은 국민들의 동의 없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NHS의 닉 톰린슨 국장은 이런 빅데이터도 ‘국민들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철학적으로 봤을 때 건강정보는 ‘자신을 낫게 해달라고 제공 하는 정보’이기지 이를 활용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나 의료진들이 연구목적으로만 진료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환자정보를 판매한 IMS헬스코리아처럼, 환자정보를 분석해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확실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 17조에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 형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관련법 등에서도 프라이버시에 관련한 조항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무엇이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는지 또 이를 유출했을 경우 어떤 처벌이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우리가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에 대해 무심했다는 뜻이다.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양광모  editor@healthlo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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