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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요구, 환자 안전측면에서 보면

위키피디아 이미지 - 한약재


국내 민항사들은 항상 기장이 부족하다. 국적 항공기를 타더라도 외국인 기장이 조정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한국어 안내는 부기장이 한다. 기장이 되려면 자가용 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고, 사업용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뒤 기종에 따른 한정 심사를 통과해야한다. 그뿐 아니라 비행시간이 최소 1,500시간을 넘어야 운송용 조종사 자격을 딸 수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승객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영상 검사에 대한 판독을 내릴 수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에 입학하여 졸업을 하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의 과정을 거쳐 경험을 쌓아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가능하다. 물론 다른 과의 의사들도 영상 검사를 통해 진료를 하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스스로 판단을 하거나 환자의 다른 상태를 종합한 임상적인 판단을 위해 활용할 뿐 다른 의사에게 섣불리 판독을 해 줄 수는 없다.

정부가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장비구입 수요가 늘어 시장을 키울 뿐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도 볼 것이란 계산을 한 듯싶다. 그렇다면 국민의 안전에는 과연 문제가 없을까.

한의학은 오랜 경험을 동양 철학으로 해석한 학문이다. 현대과학에 바탕을 둔 현대의학과는 그 뿌리가 다르다. 현대의료장비를 한의학에 접목시키고 싶다면, 먼저 한의학에서 말하는 각종 이론과 진단이 현대의료장비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나고 이를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어떤 정립된 이론이나 연구결과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 목적으로는 현대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환자안전 측면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뼈가 두 동강 난 엑스레이는 누가 봐도 이상소견을 찾을 수 있다. 허나 그 정도로 다친 사람은 한의원을 찾지 않는다. 보통은 타박상 정도를 예상하고 가겠지만 엑스레이에서 보이지 않는 미묘한 골절도 많다. 이들을 놓친다면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우려되는 것은 또 있다. 원래의 진단 목적이 아닌 한의학적인 활용을 하겠다며 나설 가능성이다. 사실 환자는 그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 또는 그런 검사가 정말 필요로 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보통 의료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환자가 약자임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건 정보의 비대칭이 아니라 정보의 일인 독점인 경우다. 자칫 근거도 없이 한의사가 환자를 현혹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게다가 이렇게 할 경우에는 급여가 되지 않아 국민건강심사평가원과 같은 감시기관의 개입도 없다. 이렇게 쓰이는 비용은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전혀 상관없는 ‘낭비’에 불과하다.

한의사 입장에서도 이런 현대의료장비의 사용은 위험도를 높인다. 오진의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의사가 의사들이 하던 것처럼 정확한 진단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정부의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의료기기를 사용함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의료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요약해보자. 한의사에 의한 현대 의료 기기 활용은 그 뿌리가 되는 이론의 차이부터 문제일 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도 위협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악용되어 의료비 지출만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한의사들도 기존에 없던 ‘의료소송’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시대가 바뀌어 보약에 대한 수요도 줄고, 또 과학적 소양을 교육 받은 세대들이 늘어나 한의학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 덩달아서 한의학 시장도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해보자고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장비를 활용해주자는 것은, 기름이 떨어져 가는 비행기를 더 날게 하기 위해 기름 대신 식용유라도 부어 넣겠다는 것과 같다.

시대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따른 변혁을 추구한다면, 유산으로 남길 것은 남기고 현대 의학으로 들어갈 것은 정리해 의료일원화에 동참해야 한다. 동시에 기존의 한의사나 한의대생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비행기가 착륙을 시도하여야 할 시기에 무리하게 더 날고자만 하면 연착륙의 시기를 놓치고 경착륙도 아닌 추락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승환  drshaw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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