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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 응급실이 붐비는 '진짜 이유'

위키피디아 이미지 - 설날에 먹는 떡국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 연휴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절호의 휴식 기회이지만,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에게는 일년 중 가장 힘든 날들이다. 연휴 때라고 아프고 다치는 사람들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휴진을 하다보니, 환자들은 다 응급실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처럼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 계절인 경우는 원래 환자가 많은 편인데, 명절 때 음식과 관련한 복통 환자들, 야외 활동과 교통사고로 인한 외상 환자들까지 다 몰리다 보니 평상시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3~4배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다.

명절에는 즐거운 소식만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까운 뉴스들도 들려온다. 얼마 전 70대 노인이 설 연휴 동안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고인이 살던 집 위층에는 아들이 살고 있었고, 그 건물 주인도 노인의 다른 아들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가정 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평소 얼굴 자주 보고 살지 못하던 사이라 해도 명절에는 부모 자식 간 얼굴도 보게 되고, 친척들 간 왕래도 이루어지는 법인데, 명절이 되어서도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너무나 가슴 아픈 뉴스다.

하지만 명절 때 응급실에 근무하다 보면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다. 평소에 찾아뵙지 못하던 부모님을 찾아뵙고 나니 몸이 불편하신 것 같아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하는데, 막상 연휴 동안 연 병원이 없으니 무조건 응급실로 모시고 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환자 중에는 정말 응급 질환인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하루 이틀 아파오던 것이 아닌 만성적인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냉정하게 보면 응급상황은 아니다.

응급실은 본래 그 목적이 급성 응급 질환을 다루기 위한 시설이고, 응급실의 의료진 역시 응급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만성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검사나 투약 등도 응급실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연휴기간에는 다른 급성 질환자들로 붐벼서 대기 시간도 길고, 불친절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고향에서 부모님을 서울로 모시고 올라와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은 무작정 부모님을 입원시켜 달라고 조른다.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잘 모시지, 왜 바쁜 응급실에 와서 이러나란 생각도 든다. 통상적으로 만성질환자들은 응급실이 아닌 외래진료를 먼저 봐야한다. 때로는 질병이 없어 정기적인 검진만 받아도 충분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아무리 핑계를 둘러대도 결국엔 의료진이 입원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 보호자들과 의료진 간 마찰이 생기기 쉽다. 평소도 마찰이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 더 늘어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진에게 ‘뭐 이런 증상으로 응급실까지 왔냐’는 눈칫밥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응급실이란 것이 응급 환자를 지키기 위한 사회 안전망의 마지막 보루이다 보니 이해를 부탁드린다.

응급실 의료진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명절 때 응급실을 찾는 보호자들은 편찮으신 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민감해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잘못을 의료진에게 투사할 가능성도 높다. 그분이 때로는 ‘진상’을 부릴지라도 평소에는 그러실 분이 아니란 생각(또는 믿음)으로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바란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대신, 정상 운영하는 병의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119나 인터넷만 조회하면 휴일에도 근무하는 병의원들 목록을 알려준다. 이런 곳을 찾아가 부모님께 영양제 한 대 맞춰드리는 것은 어떤가. 미안한 마음만 앞서 무조건 응급실로 와봤자 서로 민망해지기 쉬우니 말이다.

김승환  drshawn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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