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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작은 술렁임이 있었다. 평가기획부에 근무하는 이은영 주임연구원이 출근길에 심정지가 온 지하철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서 생명을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의사인 필자라도 막상 눈앞에서 심장이 멎는 환자를 대한다면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은영 주임연구원은 오랫동안 심폐소생술 교육을 직접 해왔기 때문에 상황을 바로 파악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이은영 주임연구원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서 구급대의 손에 넘길 때까지도 환자의 혈색이 돌아오지 않아 가망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는 바로 인근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덕분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시간을 놓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장이 멎으면 대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대뇌는 우리 몸에서 산소부족에 가장 민감하다. 4분 이상 혈액공급이 중단되면 뇌손상의 가능성이 생기는데, 6분이 넘으면 뇌손상이 확실하게 남고 10분 이상이면 손상의 정도가 심각해져 뇌사상태에 빠진다. 다양한 원인으로 심장이 멎을 수 있지만,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막히는 급성심근경색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면서 쓰러지는 환자를 발견하면 제일 먼저 맥박이 있나 확인하고, 이어서 호흡이 있는지 확인한다. 맥박과 호흡이 없으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제세동기를 가져다 달라고 요청한다. 이때는 ‘초록색 점퍼를 입은 분’ 등으로 분명하게 지목해야 헷갈리지 않는다. 그리고는 바로 심폐소생술에 들어간다.

심폐소생술은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으로 구성된다. 심장마사지의 요령은 깍지 낀 두 손의 손바닥 뒷부분을 환자의 가슴 중앙에 올려놓고, 양팔을 쭉 편 상태로 어깨와 양팔이 환자 가슴에 수직이 되도록 유지한 채 환자의 가슴이 5~6cm 내려갈 정도로 눌러준다. 속도는 1분당 100~120회를 유지한다. 숫자를 헤아려 가면서 심장마사지를 30회 반복한 다음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한다.

인공호흡은 먼저 환자의 목을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열고, 머리를 젖힌 손가락으로 환자의 코를 막은 다음 자신의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완전히 덮는다. 그리고 환자의 가슴이 부풀어 오를 때까지 1초 동안 깊이 숨을 불어넣는다. 그런 다음 입을 떼고 코를 막은 손도 풀어서 숨을 뱉도록 한다. 심장마사지를 30회 실시하고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하는 순서로 구급대가 도착하거나 환자가 소리를 내거나 호흡이 돌아올 때까지 반복한다.

심장마사지를 시행하는 도중이라도 제세동기가 도착하면 바로 제세동을 실시한다. 제세동기가 안내하는 순서대로 실시하되, 제세동을 실시한 다음에는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을 바로 실시한다. 제세동기는 2분 간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분석해 제세동 여부를 결정해준다. 제세동기에 있는 두 개의 패드는 각각 오른쪽 빗장뼈 바로 아래와 왼쪽 젖꼭지 옆 겨드랑이에 부착하고, 제세동기를 작동할 때는 환자의 몸과 접촉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만 명 정도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지만 이 가운데 8%만이 심폐소생술을 받는다. 그 결과 전체 심정지환자의 2.4%만이 생명을 구하고 있다. 40%의 심정지환자가 심폐소생술을 받아 생명을 구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하면 참담한 실정이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심폐소생술을 익히고 자유롭게 시행할 수 있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심폐소생술은 대한심폐소생협회(http://www.kacpr.org/cp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심평원에서도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강사를 초청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다. 의사인 필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심폐소생술 교육은 일회성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수시로 반복해 어느 상황에서라도 즉각 실시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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