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위키피다아



‘알레르기 비염, 한방에 날려 보냅니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를 현혹시키는, 완치를 장담하는 광고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눈에 띈다. 과연 그 말들을 믿을 수 있을까?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사실 도저히 못 믿을 얘기라고 장담한다. 연구되고 있는 다양한 최신 의학 논문을 아무리 뒤져봐도 아직 완치를 장담할 수 있는 치료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염 환자는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것일까?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비염 환자들이 방문하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는 사실 완치를 목적에 두기보다는 증상의 완화에 치중하고 있다. 다행히 하루가 다르게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고, 내성이 적은 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수술적 처치 및 면역요법 등 완치를 목표로 하는 여러 치료법들도 계속해서 연구가 진행되며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환자들이 기대할 만한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답답한 환자들을 현혹하는 광고 또는 광고성 기사들이 많다. 심지어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나조차 현혹될 정도니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는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약물을 구입하려고 할 거다.

그렇다고 알레르기성 비염이 불치병이니 포기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다가 완치된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여기서 완치라는 것은 더 이상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다 어느 순간 증상이 사라지는 일도 분명 있다. 통계적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던 환자 중 20퍼센트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증상이 사라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완치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환경요인이 변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성분, 즉 알러젠(allergen)은 환자마다 모두 다른데, 자신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알러젠이 없는 환경에서 살게 되면 알레르기 증상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이사를 가거나 이민을 가면서 알레르기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렇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사람들은 이사를 해야 할까? 사실 우리 아버지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수년간 고생하셨다. 집에는 아버지가 코 푼 휴지와 손수건으로 가득 넘쳐났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를 했고, 정말 감쪽같이 아버지의 비염은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비염 고치자고 이사하자는 얘기를 하면 좀 과한 면이 있다. 이사하면서 알러젠도 같이 갈 수도 있어서 비염이 낫는다는 보장도 없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드니까.

대신 이사 한번 간다고 생각하고 집 안 환경을 확 바꿔보는 것은 해볼 만하다. 일종의 환경요법 또는 회피 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알러젠을 주위에서 제거하거나 피해서 알레르기의 증상 발현 자체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알러젠인 집 먼지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집 안의 이불과 베개를 털고, 구석구석 먼지도 제거하는 것은 가장 먼저 해볼 방법이다. 카펫이 있다면 카펫을 없애보는 것도 좋다.

하나하나씩 주변 환경을 바꾸다 보면 증상이 좋아지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번거롭고 귀찮겠지만, 현재 가장 확실한 치료는 문제를 일으키는 알러젠을 없애는 것이다. 속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체질을 바꿔 알레르기를 완치한다’는 광고에 현혹되어선 절대 안 되겠다.

작성자 : 김종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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