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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법
최근에 아동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화학적 거세를 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화학적 거세란 고환을 자르는 거세와 마찬가지로 약물을 통해 거세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언론에서 화학적 거세 얘기가 자주 나오다 보니 그 기전(機轉)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약물 작용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남자의 몸에는 남성호르몬(testosterone)이 많이 분비되고 있다. 사람 뇌의 가장 한가운데 있는 시상하부(hypothalamus)라는 곳에서 황체형성호르몬방출호르몬(LHRH)이 나오면 바로 아래의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황체호르몬(LH)을 분비하게 만든다.

그럼 이 황체 호르몬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고환에 가서, 고환에서 라이디히 세포(Leydig cell)를 자극하게 하여 여기서 최종적으로 남성호르몬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 남성호르몬의 혈중 농도는 다시 뇌에 피드백을 줘서 호르몬 양을 조절하게 된다.





그럼 남성호르몬은 어떤 역할을 할까? 이름 그대로 남자를 남자답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남자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호르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작용 중 하나가 성욕이다.

과거 내시들은 어렸을 때 고환을 제거하는 거세를 통해 성욕을 모르게 했는데, 그 이유는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욕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 거세를 하면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아 남성적인 모습을 갖지 않는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여성 음역을 소화하는 소년들을 키우기 위해 거세를 했었다. 거세한 가수를 카스트라토(castrato)라고 불렀다. 이렇게 거세를 하면 소위 남자 구실을 못하고 자손을 가질 수도 없다.

이렇게 고환을 자르는 것은 물리적인 거세인데, 최근에는 화학적으로도 거세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남성호르몬 생성 과정 중 하나를 억제하면 남성호르몬이 나오지 않게 되니까 같은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은 수술을 할 수 없는 전립선암 치료에 사용된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에 노출될수록 빠르게 자라기 때문에 남성호르몬 생성을 중단시키는 화학적 거세 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性) 도착증 환자나 성범죄자에게 이런 약물을 쓰기도 한다. 최초로 성 도착증 환자에게 이러한 화학적 거세를 시도한 때는 1944년으로 사용한 약은 일종의 합성여성호르몬제(diethylstilbestrol)였다. 1966년도에는 미국에서 프로게스테론(medroxyprogesterone acetate), MPA이라는 또 다른 여성호르몬제를 사용했다. 이런 여성호르몬을 먹으면 호르몬 피드백을 통해 황체형성호르몬방출호르몬을 억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남성호르몬 분비를 막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9개 주와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이런 약물을 통해 화학적 거세를 성범죄자에게 시행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의 장점은 물리적 거세와 달리 약물을 끊으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다시 이전으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약 때문에 생기는 고혈압이 있을 수도 있고 혈액이 진득해져서 혈전이 잘 생길 수도 있다. 우울증과 간 기능 이상도 보고되고 있다. 화학적 거세가 물리적 거세보다는 덜 가혹해보이긴 하지만 완벽히 안전하다고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를 치료 과정으로 봐야 할지, 징벌적인 의미로 봐야 할지도 잘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강제적으로 성범죄자가 가석방되기 일주일 전부터 화학적 거세를 하고 있고, 유럽은 성범죄자와 합의를 통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 아직까지 어느 방법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자료는 없는 상태다. 강제적으로 약물복용을 시키는 것은 성범죄자가 약물복용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고, 법적인 처벌 기간을 줄이기 위해 합의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이를 치료 과정으로 봐야 할지, 징벌적인 의미로 봐야 할지도 잘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강제적으로 성범죄자가 가석방되기 일주일 전부터 화학적 거세를 하고 있고, 유럽은 성범죄자와 합의를 통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 아직까지 어느 방법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자료는 없는 상태다. 강제적으로 약물복용을 시키는 것은 성범죄자가 약물복용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고, 법적인 처벌 기간을 줄이기 위해 합의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화학적 거세를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에 투입되는 약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제대로 복용하는지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 가석방 후 남성호르몬 투여나 발기부전제 복용으로 화학적 거세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 미성년 성범죄자에게는 화학적 거세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 같다.

참고문헌

  • Karen Harrison. Legal and Ethical issues when using antiandrogenic pharmacotherapy with sex offenders. Sexual offender treatment, volume 3 (2008), Issue 2

  • Maletzky, B.M. (1980). ‘Self-referred Versus Court-referred Sexually Deviant Patients:Success with Assisted Covert Sensitization’, Behavior Therapy, 11, 306~314.


작성자 : 두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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