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직원게시판에 붙은 글


오늘은 메르스 전사라고 할 수 있는 삼성서울병원 외과중환자실 최 간호사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너무 속상합니다. 무능한 정부도 답답하고, 밉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우리를 균덩어리 취급하는 사람들도 조금은 원망스럽습니다.

그동안 솔직히 애사심이 투철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늘 당당하게 나는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1번째 환자를 '검사에서 negative가 나오면 해당병원이 책임지라' 라는 말을 들어가면서까지 검사를 해 메르스 확진을 확인했는데.

우리는 그저 아프다고 병원에 온 환자를 치료하고자 한 것뿐인데...

오늘도 얼굴이 내려앉을 것 같은 N95마스크를 근무 내내 쓰고, 비닐가운과 아이쉴드와 같은 보호용구를 야무지게 하고 일은 하지만, 그래도 행여나 내 가족,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영향 줄까봐 가족도 안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며칠째 생이별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정치나 복잡한 이해관계는 모릅니다.

사람들이 ‘폐쇄시켜라, 그 병원은 가지말자, 그 근처에 지나가지도 마라’라고 하는 삼성서울병원에 그래도 저는 매일 출퇴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매일 툴툴대면서 때려치워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긴 했지만, 미우나 고우나 어쨌든 내 직장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더 이상 감염자가 생기지 않고, 이미 생긴 감염자들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저도 평범한 사람인지라, 메르스가 무섭습니다. 병원에 열나는 사람, 기침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그래도 제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해야겠지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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