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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 소생술 거부 동의서

출처-위키피디아


DNR은 ‘심폐 소생술을 하지 마세요(Do not resuscitation)’라는 말 그대로 심폐 정지가 온 환자에게서 심장과 폐가 다시 기능을 하게 하여 생명을 연장시키는 응급조치인‘ 심폐 소생술’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의 약자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심장과 폐가 작동을 하지 않으면 온몸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곧 생명을 잃게 되고, 반면 적절한 조치가 잘 이뤄지면 심장과 폐가 기능을 다시 하여 생명을 되찾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죽는 과정의 최종은 심장이 멈추거나 숨을 쉬지 않는 두 가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폐 소생술은 심장을 다시 뛰게하기 위해 심혈관 관련 약제를 투여하거나, 뛰는 것을 대신 하여 심장마사지를 하거나, 기관 삽관을 하고 튜브를 통해서 산소를 공급하며 인공호흡기를 통해서 대신 숨을 쉬게 하는 일련과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수술 후 일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교정 가능한 원인들로 인하여 심폐 정지가 온 경우는 적절한 심폐 소생술로 생명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내과 환자들, 특히 장기적으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만성적인 원인으로 심폐 정지가 온 것이기 때문에 심폐 소생술을 해도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돌아온다고 해도 이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에 심폐 소생술 과정 자체는 죽어가는, 혹은 죽은 환자에게 너무 큰 물리적 위해를 가하고 그 과정을 바라보는 보호자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며, 의료진에게도 물리적인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심폐 정지가 임박해 심폐 소생술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의료진과 보호자가 상의하여 심폐 소생술을 받지 않기로 할 수 있다. 아직이 부분에 있어서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외국뿐 아니라 우리 의료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의술이 항상 최상의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그 한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에게는 숙연하고 또 가슴 아픈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도 여러 명의 환자와 보호자에게서 DNR을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그 숙연함과 진지함이 매너리즘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늘 놀라는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얼마 전, 마흔밖에 안 된 말기 폐암 환자가 반복적으로 열이 나고 혈압이 떨어져서 결국에는 폐혈증으로 인한 심폐 정지가 올 가능성이 높아져 그 보호자에게 DNR을 받기 위해 얘기를 나눴다. 간혹 DNR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보호자들의 감정이 격해지기 마련인데 이 환자의 경우 의외로 보호자는 담담했다.

“좀 살려주지 그러셨어요. 왜 이렇게 놓아버리려고 하세요?”
“사람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의사가 하는 치료가 늘 좋은 결과만을 가져온다면 세상에 죽는 사람은 없겠지요.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그럼, 최선을 다했다고 하실 수 있어요? 선생님, 정말 최선을 다하셨어요?”
“의학적인 관점에서 하지 않은 치료, 빠진 치료는 없어요. 이것을 최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그렇겠네요.”
“아……. 그분의 의도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일찍 데려가시려는 건지. 늘그막에 신학대학에 보내서 그분의 뜻대로 인도하시려는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부르시는지.”
“…….”
“선생님, 교회에 나가세요? 바쁘셔서 못 나가시나요? 나가고 안 나가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분의 의도가 무엇인지, 비전이 무엇인지 아셔야 돼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실수 있을 거예요.”
“…….”
“그동안 감사했고, 며칠이 되던 앞으로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리고 저와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감사했어요.”

순간 나는 울음이 나올 뻔해서 보호자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막막해졌다. DNR을 받는 것은 단순히 의학적인 관점에서의 끝이 아니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과정이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은 더 나아가 유한한 인간의 삶 이상의 의미를 찾는 행위일 수 있다. 지금껏 수없이 받아온 DNR과 한 달에도 몇 명씩 보내버린 환자들 속에서 나는 왜 아직 그걸 깨닫지 못했을까. 왜 이렇게 무심한 사람이었을까…….

작성자 :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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