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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소통에 나서야 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언젠가 한 의사 블로거가 진료실에서 진료를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증상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말해야 한다는 취지의 꽤나 ‘상냥한’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과 증상이 시작된 시점 등의 정보를 잘 알려주지만, 일부의 환자는 자신이 말로 설명하는 것은 진단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믿으며 자신의 증상 설명은 생략하고 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고 믿는다.

의학적 병력 청취의 중요성을 몰라서일까? 원래 글이 실린 블로그에는 의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아파 죽겠는데 정확히 표현하라고? 의사가 벼슬인가?’라는 감정적인 반응부터 ‘내가 증상 말해도 제대로 들어주는 것 같지 않았다’는 답변도 있었다.

의학적 진단에 있어 문진은 매우 중요하다. 숙련된 의사의 문진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정확한 진단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한 무당을 찾아온 표정으로 ‘내가 무슨 병인지 맞춰봐’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아쉽게도 의과대학 과정에서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지 않고 관상만으로 병을 맞추는 ‘진단학’은 배우지 않는다.

의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대부분 진료 받은 경험이나 가족이 병원을 이용한 것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중 일부는 의사 개인의 인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낯선 경험에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보다 의료 선진국이고 더 많은 설명을 해준다고 알려진 미국의 환자와 의사 인식 조사 결과는 이런 가정에 힘을 실어준다. 미국 내과학회지 최신호에 입원한 환자들과 해당 의사의 인식 차이를 조사했는데, 의사들의 대부분(98퍼센트)은 환자에게 약물 부작용이나 치료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충분한 상담을 했다고 말했지만 환자들은 54퍼센트만이 상담해줬다고 응답했다. 더 놀라운 것은 퇴원할 당시 환자가 진단명을 알 것이라고 예상한 의사가 77퍼센트였던 것에 비해 실제로 진단명을 아는 경우는 57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의사가 제공했다고 생각한 서비스와 환자가 받았다고 생각한 서비스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과연 이런 차이는 의사가 제공한 서비스를 스스로 과대평가한 것에서 발생한 것일까? 아니면 환자가 의사가 제공한 서비스를 과소평가해서 발생한 것일까?

확대해석하기는 어려운 연구였지만 응답자들을 별도로 분석해본 결과 ‘상담 받은 적이 없다’, ‘진단명을 모른다’고 응답한 환자들의 경우 교육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히는 정규 교육과 연관 있기보다는 병원 이용이나 건강, 의료에 대한 이해도와 연관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병원 이용이나 건강, 의료에 대한 이해도를 ‘건강 정보 이해 능력(health literacy)’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제 막 먹고 살 만한 수준을 벗어난 상태다 보니 의료와 건강 정보에 대한 의료 소비자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이해를 높이지 않고 병원의 인테리어와 서비스 교육만 높인다고 만족도가 높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국민들의 건강 정보 이해 능력을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의사 블로거들이 애쓰고 몇몇 뜻있는 의사들이 좋은 책을 내는 것으로 건강 정보 이해 능력이 높아질까?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연구하고 조사하여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어떻게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지, 응급처치와 더불어 배워야 한다.

좋은 뜻으로 ‘의사와 증상을 가지고 소통하는 방법’을 썼던 그 의사 블로그는 예상치 못한 ‘악플’로 블로그를 떠났다. 건강과 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없다면 이런 일은 앞으로도 반복되지 않을까.

작성자 : 닥터 조커(익명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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