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에 다닐 무렵 TV를 통해 본 종합병원은 제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시에는 의사가 되기에도 벅찬 바쁜 시절을 보냈는데 아직도 의사로서 부족한 제가 종합병원2의 자문을 맡게 되었습니다. 참 꿈같은 일이지요.



종합병원2는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있습니다. 비록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의학드라마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제 조그만 힘이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헬스로그라는 좋은 블로그에서 제가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제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쩌다가  자문을 하게 되었는지 입니다. 처음에는 언론과 드라마의 잘못된 의학정보를 바로
모니터링하고 작가와 기자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일을 의사협회에서 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전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개최하는
의료와멀티미디어 심포지움 - 의학드라마 현재와 미래- 에서 '메디컬드라마의 옥의 티'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의학드라마를
보고 많은 의사들이 느끼는 것처럼 저또한 드라마에 대해 부정적이고 꽤 공격적이었습니다. 의사의 눈으로 보면 얼마나 한심한 장면이
많습니까?



그런데 종합병원1을 자문하셨고 종합병원2.0의 원작자이기도 하신 박재영 선생님과 논의하다가 실제로 자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때가 3년전인데 이제서야 종합병원 2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종합병원2가 방영시기기 늦어지면서 대본의 제약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표절 시비도 많고 2008년 한해 의학드라마도 많이 방영했기 때문에
차별화를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았구요.  







종합병원2를 준비하던 중에 이선희 작가의 소개로 이경희 작가의 '고맙습니다'를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나온다는 이유로
자문하게 되었는데 의외로 의학적인 장면이 많습니다. 이 드라마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외과의사였지만 섬마을에 가있었기 때문에 병원내
상황이 아닌 시골마을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들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드라마 대로라면 이 섬마을
주민은 안 아픈 사람이 없어야 했죠. 하여간 이 드라마는 대본 뿐만 아니라 현장자문도 동시에 했기 때문에 너무
고생이었습니다. 그 때 고생때문에 드라마 현장 자문은 웬만해서는 안할 생각입니다.  







드라마에서 의학적 장면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해야 할까요. SF 드라마가 아니라면 당연히 의학적으로  잘못된 것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면 안 될 것입니다. 의학드라마가 방영되었을 때 의료진이 느낄 수 있는 비현실성은 크게 세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미숙함이나 시술과정의 오류일 것입니다. 사실 옥의티를 지적할 때도 가장 많이 나오는 사항이구요.
이 부분은 배우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문하는 의사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자문을 하더라도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고맙습니다 1부의 수술장면 2분을 찍기 위해 현장에 가서 직접 출연하고 대역을 써가면서 하루종일 촬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밌다고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지키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또 의학드라마가 교육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자세한
과정은 생략해도 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의 다른 장면 (예-사진의 흉관삽입 장면)도 실제와 같이 찍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생략할 부분은 과감히 없애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학드라마에서는 배우의 미숙함이나 시술과정의 어색한 장면은 최대한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위해 의학적 지식이 충분한 의사가 드라마 대본 및 촬영, 편집과정에 전적으로 붙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그런 세상이
오겠지요. 저도 기회가 되면 해 볼 생각이구요. 만약 종합병원3가 만들어진다면 좀더 많은 의사들이 드라마 제작과정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개인의 경험의 차이에 따른 것입니다. 저도 자문을 하다 보면 여러 병원이 섞여 있어서 대본의 용어나 상황이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수련받은 병원과 지금 근무하고 있는 병원이 다른데 처음에는 약자를 하나도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의국생활이나
병원 분위기가 너무 다르구요. 드라마는 어디서 촬영하고 자문을 받았느냐에 따라 좀 달라지죠. 이 부분은 의료진에게는 생각보다
많이 어색하게 보입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의료인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모든 걸 다하죠. 하우스를 보면 하우스와 3명의 의사가 수술부터 진단 검사까지 다하잖아요.
그런 병원은 실제로 없는데도 말이죠. 종합병원이 3년전에 준비를 할때는 시츄에이션 드라마 형태였습니다. 한회로 종결되는
미국드라마처럼이죠. 그런식의 드라마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하게 된다면 좀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드라마
제작현실로 보아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세째는 의학적인 오류입니다. 사실 이부분이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드라마를 현실로 착각하는 시청자가 있다면요.
사실 의학적인 오류가 명백하다면 수정을 해야하지만 많은 부분은 드라마적인 요소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저는 의학적으로 큰
오류만 없다면 드라마에서는 좀 관대하게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합병원2 1부의 가장 큰 논란은 중심정맥관에 대한 것입니다. 자문을 하면서 1부에서 필요한 장면은 진상이가 응급실에서
처치를 해야하고 하윤이가 보고 틀렸다고 고쳐주고 이런 장면이 외과 1년차를 뽑는 컨퍼런스때 논란거리(쉽게 말해 1년차끼리
싸워야)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의사들이 이 장면을 보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른쪽 복부 및 흉부 손상 (상부
늑골골절)이 있는데 진상이가 중심정맥관을 꽂았는데 하필이면 혈관에 넣지 못하고 늑골 골절 하부에 고인 혈흉에 가이드와이어를
집어넣다가 기흉을 만들고 하윤이가 긴장성기흉을 주사기를 꽂아 치료를 하는 상황이죠.



이 장면들을 자세히 보시면 3명의 인턴모두 바쁜 응급상황에서 잘한것도 있지만 실수도 하는 상황입니다. 인턴이 처치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대형참사를 만들고 혜수를 다른 중환이 생겨 빠져 나가도록 하구요. 이 때 진상이는 복부 손상으로 쇼크에 빠진 환자를
찾아냈지만 중심정맥관을 잘 못 꽂아 기흉을  만들죠. 하윤이는 늑골골절까지 보았지만 사실 많은 의사분들이 지적하신 것처럼
subclvian vein이 아니라 Internal jugular vein을 잡아야 하는데 반대쪽에 덜러덩 잡았구요. 하여간
상부 늑골의 골절과 국소적인 혈흉(동맥 출혈에 의한 것이 아닌)이 있는 상태라 Internal jugular vein을 잡을 수
있었다는 보장도 없지만요. 진상이가 난감해 하며 현우에게 물어볼 때 환자도 안보고 아무거나 잡아도 된다고 지나쳐 간 현우도
책임이 있구요. 그렇다면 또 femoral을 잡아야 한다고 하시겠죠. 저는 드라마에서 이렇게 의학적으로 따져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스텝이 보기에 논란거리가 많은 상황이니까 면접때 컨퍼런스로 잡은 것이고 이 상황에서 개인의 성격들이 드러나는 것이겠죠. 만약
현실이라면 면접이 끝나고 스텝이 위의 사항을 지적해 주었겠지만 드라마에서 굳이 그럴필요가 있을까요. 컨퍼런스 과정에서 주인공들의
성겪이 드러나는 장면으로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보입니다.  



하윤이가 얼마나 또라이인지 보여주기 위해 앰블런스도 세우고 응급상황에서 뛰어들어 치료를 하는 설정까지 만들어 우리나라
의학드라마에서 드물게 욕먹는 캐릭터를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종합병원2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드라마속의 의사는 유능하고 환자를
살려내는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의사를 증오하는 주인공이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는 작업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음 포스팅에는 의학드라마속의 폭력문제를 써보겠습니다.



* 편집자 주 : 최창민 교수님은 이전의 인터뷰 이후
직접 블로그를 통해 종합병원 2의 이야기를 해보시로 하셨습니다. 앞으로 종합병원 2의 다양한 이야기를 헬스로그를 통해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호흡기내과 질환에 대한 건강정보도 알려주신다고 하네요. 새롭게 합류하신 최창민 교수님 (미루님)을
환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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