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이야기입니다만, 수술 하고 배가 아파 다시 병원에 갔는데 거즈가 들어있다던지, 가위가 들어 있었다던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때문에 병원이나 수술이 그 자체로도 공포스럽지만, 혹시 있을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더 걱정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가끔 뉴스에서 수술 부위에서 거즈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런 경험담(?)을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십니다. 저에게도 어떻게 수술을 하는데 거즈가 나오냐며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흔한 일은 아닙니다만, 없다고 할 수도 없죠. 거즈사용은 수술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지만, 피를 머금은 거즈는 환자 조직과 육안적으로 구별이 안될 때도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흔한 일은 아니고 예방법도 있으니까요. 오늘은 수술실에서 이용하는 거즈들과 어떻게 그러한 사고를 방지하고 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수술에 이용하는 다양한 거즈들





<수술에 사용되는 수술 기구와 거즈들>


지혈을 할 수 있는 기계들이 발달되었지만 여전히 거즈는 수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피를 닦아 조직의 색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장기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들어 올리거나 밀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 거즈를 기계를 이용해 잡습니다. 가위처럼 생긴 이 기계는 고정되는 것으로 거즈가 빠지지 않습니다. 이 스펀지 스틱을 이용해 때로는 압박하여 지열을 하기도 하고 섬세한 조직을 수술할때 실혈을 닦아서 수술 시야를 좋게 해줍니다. 또 여러 장기를 지지하기도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조직 손상을 방지하고 지혈에 사용하는 면테입들


<거즈를 한번 물려 놓으면 풀리지 않는 구조로 되있습니다>


출혈이 많은 손상(trauma)환자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출혈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장비로는 출혈을 멎게하거나 시야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최근 많은 의학드라마에서 많이 묘사되는 장면이기 때문에 부족한 글솜씨로 묘사를 시도하지는 않겠습니다.



조직 손상을 방지하고 지혈에 사용하는 면테입들



거즈 카운트와 이동식 엑스레이


<다량의 출혈이나 조직 손상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대형 면테입>


드라마에서 보면 수술하는데 수술포 위에 견인기들이 놓여있고 주변에 위와 같은 하얀 거즈라고 하기엔 좀 큰 면테입들을 보셨을 겁니다. 견인기로 인한 조직 손상을 막기 위해도 사용하고 출혈이 많은 경우에도 사용합니다. 이런 면테입의 끝에는 좌측에 있는 링을 고정하도록 되있고 이 링은 몸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아 유실을 방지하도록 되있습니다.


수술에 참여한는 사람은 집도의 한명과 수술을 보조하는 의사 2-3명, 그리고 직접 수술을 보조해주는 간호사 1명과 수술실 내부에서 보조해주는 간호사 1명으로 되있습니다. 보통 3-4명의 눈이 수술창을 향하고 있으니 누가 일부러 넣으려고 해도 사실 넣기 힘듭니다. 수술실에는 수술에 동원되는 인원 외에도 마취과 의사 1명, 마취과 간호사도 있습니다.



거즈 카운트와 이동식 엑스레이


수술이 어떤 수술인가에 따라 출혈도 다르고 거즈나 면테입을 사용하는 양도 다릅니다만, 기본적으로 꼭 확인하고 수술을 마치는 것이 있습니다. 사용한 거즈의 양과 면테입, 장비의 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수술 마지막에 직접 수술을 도와주는 간호사와 책임 간호사 그리고 의사가 확인에 동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마무리에 들어갑니다. 이 때에는 모든 거즈들과 테입을 바닥에 늘어놓고 철저하게 숫자를 세아리게 됩니다.


혹 어떻게 숫자를 확인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 조금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사용한 거즈 숫자만으로 어떻게 아는가 하면, 수술시작하기 전에 나와 있는 거즈의 수를 알기 때문입니다. 어떤 수술은 거즈 몇 개, 면테입 몇 개, 어떤 장비들이 나오는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카운트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생님, 거즈 한 개가 부족한데요?"


혹시 놀라시지 않았나요? 전 심박수가 빨라지고 머리가 아프려고 합니다. 수술실에서 거즈 카운트 결과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긴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안전 장치가 있습니다. 엑스레이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혹시 '엑스레이에 거즈도 나오나?' 라고 생각하시지 않으셨나요?





<방사선 비투과 물질이 삽입된 거즈와 배액관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방사선 비투과 물질이 들어 있어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그냥 들여다 보면 보이는 것 아닌가? 왜 수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엑스레이를 찍을까?' 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셨나요?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다시 한번 육안적으로 수술 부위를 검토합니다. 하지만 피를 머금고 있는 거즈는 조직이나 혈종(핏덩어리)와 매우 유사하여 육안으로 구별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육안으로도 보이지 않으면 모든 것을 중단하고 엑스레이를 찍어야하는 것이죠.


"포터블 엑스레이 (이동식 엑스레이) 불러주세요"



거즈에도 RFID를...


<이동식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거즈의 위치>


이동식 엑스레이 기계는 환자가 수술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엑스레이를 찍게 되면 방사선 비투과성 거즈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고 제거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수술창 내부에 있는 경우보다 수술 침대 위에 다른 천등에 가려져 있어 거즈 숫자 셀때 놓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과거에 비해 줄어든 거즈 사고


실제로 거즈나 수술 도구가 수술 부위에 계속 남아 있는 의료사고(medical error)는 존재합니다. 70-80년대에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당시 복부 수술 1000-1500건당 1회의 빈도(Hyslop JW 1982, Jason RS 1979)로 추정하는 보고가 있었습니다만, 그 수치 역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안전장치들도 생기고 확인절차도 늘어나 이러한 일은 현격히 줄었습니다.


경험적으로나 많은 분들이 뉴스에서 접하는 느낌으로 보나 70-80년대 보다는 줄은 것은 크게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일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더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도 역시 과거에 비해 매우 드물어 졌지만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문제로 지속적으로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수술 부위 좌.우가 바뀐다든지, 수술 도구가 몸속에 남아 있는 문제등은 세계 어디에서 일어나도 해외 토픽이 됩니다. 첨단이라고 이야기하는 현대의학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황당한 사건에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어느 환자분이 수술 전날 자신의 배위에 "선생님 이쪽입니다" 라고 써 놓았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거즈가 남겨지는가?


외과적 수술에 있어 이러한 거즈등 도구가 남겨지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 왔고 해마다 논문이 발표됩니다. 대부분 증례 보고가 있었던 사건들이나 미국의 경우 이러한 사고에 대한 보험이 있기 때문에 그 곳에 등록된 사건들을 토대로 위험 요인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응급수술과 계획했던 수술 방법이 바뀔때 그리고  환자의 평균 체질량 지수(mean body mass)가 큰 경우 위험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과에서 협진으로 수술하는 경우나 수술에 참여하는 간호사가 교대되는 경우, 실혈량, 사용한 거즈의 수도 위험요인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피가 많이나서 지혈을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거즈나 면테입으로 틀어막는 (packing)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피를 머금은 거즈나 면테입이 조직이나 혈종과 구별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결정적으로 거즈 카운트가 부정확해서 수술이 끝나기 전에 놓치게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70년대에는 개복 수술을 한 다음에 수술 방법이 수술장에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CT와 MRI와 같은 영상 장비의 발달로 수술전 수술방법과 실혈양등을 예측이 어느정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술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수술 방법을 바꾸는 일이 생깁니다. 심한 조직간의 유착이나 영상에서 보다 큰 종양, 접근하기 힘든 위치등이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거즈에도 RFID를...







작년에 Siemens에서 수술용 거즈에 RFID를 넣은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실제로 수술실에 사용하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기에 너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면 좋은 방법은 안될 것입니다.


수술실에서 어떤 조취를 취하는지 알게되면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써봤습니다. 조금은 안심이 되셨나요?


Source : Retained foreign bodies after surgery, Amy E. Lincourt, et al. J of surg Research, 138, 170-174, 2007
Risk factors for retained foreign bodies after surgery, Evidence-based surgery chirurgie factuelle, robis s. McLeod et al. Can J Surg, vol 47, no. 1, 2004
Risk factors for retained istruments and sponges after surgery, Atul A. Gawande, et al. New Eng J of Med 2003;348:2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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