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라마속의 폭력장면에 대해서 말해 볼까 합니다. 




종합병원 2 는 1994년 종합병원과의 연결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도훈이 전공의에서 교수로 성장한 후 새로운 전공의들을 교육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과거의 장면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독사라는 별명을 가진 재훈(오욱철)은 병원에 치프가 있다는 것을 종합병원에서 일반인에게 알리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종합병원이 다시 방영한다면 독사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이번 주 부터 새로운 스텝으로 출연을 하니 저도 기대가 됩니다.   





종합병원 2의 2회에서 저한테 가장 거슬리는 장면은 진상이의 엄청난 실수로 옥상에 소집된 전공의에 대한 구타장면입니다. 저는 드라마 속에서 의사가 서로 폭행을 하는 장면을 뺐으면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예전 종합병원에서의 독사는 자기가 맘에 들지 않으면 조인트를 많이 까기는 했지만 야구방망이까지는 쓰지 않았으니까요. 드라마에 필요한 장면이라서 나와야 한다면 이렇게 폭력을 행사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달라고 했고 하윤이가 법을 조목조목 대면서 따지는 장면이 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앞으로 의학드라마에서 이런 장면은 안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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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는 폭력에 대해서 관대한 편입니다. 의학드라마 이외의 다른 드라마를 보면 폭력이나 폭행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게 되는 일반인들이 폭언이나 폭행의 심각함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의사간의 폭언이나 폭력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2004년 의사협회에서 전국의 전공의 473명과 개원의 468명을 대상으로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97명(10.1%)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폭행을 당한 장소는  병동 및 외래가 가장 많았고 수술실 및 중환자실이 그 다음이었습니다. 당시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동아일보에서는 의사 10명 중 1명 '맞으며 배운다'라는 다소 공격적인 기사기 실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조사된 폭행의 사례를 보면 중상을 입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시 의사들의 폭행을 조사했던 의료리더십포럼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현장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의사간의 폭언이나 폭행은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 때 이후로 병원에서의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신고를 받고 언론에 공개를 하고 징게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전에는 관행으로 여기던 폭언이나 폭행이 수면위로 부각되면서 처벌이 이루어지자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의사집단이 폭행이 너무 많은 것으로 비춰질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대부분의 병원에서 폭행은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일부 병원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지만 과거와는 많이 다르고 줄어들었습니다. 따라서 드라마에 나온 저런 장면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혹시라도 일반인들이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폭력과 관련한 의사들의 고민은 문제가 있는 전공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입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본인이 그만두기 전에는 해임을 하기 어렵습니다. 환자에게 소홀하고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경우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도 유급제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여간 의사사회는 이런 노력으로 인해 폭언과 폭력이 거의 근절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의 폭력은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6월에 충남의대의 한 교수가 환자에 의해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서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고, 지난 10월 31일 강원도 속초시에서는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의사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환자에 의한 의사 상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의 한 병원에서 환자가 자신을 진료해 주던 의사를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중의 하나는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의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행, 난동을 부릴때 마땅히 처벌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형사고발을 하면 되지만 경찰도 환자나 보호자니까 강자인 병원이 참으라고 합니다. 저또한 예전 응급실에서 칼로 협박을 당한적도 있었지만 처벌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의료법에도 제12조에서 '의료인이 하는 의료행위에 대해서 간섭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고, 제87조에는 '의료기관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하거나 의료기관을 점거하여 진료를 방해하거나 방조해서는 안 된다'는 진료 방해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도 최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지만 큰 효과가 없습니다. 최근에 이런 문제로 의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모르겠습니다. 의사사회 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교수가 전공의에게, 전공의 상호간에, 의사가 의료진에게 폭력을 행하면 처벌을 받는 것처럼 환자나 보호자의 폭언이나 폭행은 강력한 처벌을 통해 하루빨리 근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자문을 한다고 하니까 의사가 폭행을 당하는 문제점을 다루어 보라고 하지만 병원에서 의사를 폭행한 보호자를 경찰에 넘기는 장면이 나온다면 시청자들의 반감이 심할 거 같습니다. 하여간 원조 독사의 재등장으로 인해 새끼 독사의 조인트를 까는 모습은 얼마간 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알고 있는 원조 독사가 행동이 먼저가 아닌 실력으로 좋은 귀감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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