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제약사의 성급한 결과 발표로 임상 시험이 중단된 Contrave라는 비만 치료제에 대해서 포스팅했는데, 최근에 JAMA라는 의학잡지에 임상 시험 중단 시점까지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Contrave라는 비만 치료제는 2011년 FDA로부터 비만 치료제 승인을 거절당하고,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해서 의약품 안전성을 입증하기로 했습니다.

Contrave는 이 대규모 임상 시험 중간 결과(25%)를 바탕으로 2014년 9월 FDA로부터 비만 치료제 승인을 받게 됩니다.

Contrave 제약사는 미국 승인에 이어서 유럽에서도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유럽 승인 열흘 전인 2015년 3월 15일 대규모 임상 시험 중간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일을 저지릅니다. Contrave를 복용한 사람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40%나 줄어든다고 말이죠.

대규모 임상 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제약사와 FDA가 합의했는데, 갑작스러운 제약사의 발표에 FDA와 임상 시험 운영 위원회는 난리가 났고... 결국, 2015년 5월 대규모 임상시험은 중단됩니다.

2015년 5월 임상시험을 중단하면서 임상 시험 운영 위원회에서는 50% 중간 분석 결과에서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성은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학적 의미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제약사의 성급한 발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이야기이고...-.-;

이번에 JAMA에 실린 내용을 좀 정리하면

이 대규모 임상 시험은 8,900명을 대상으로 4,450명에게는 가짜 약을, 나머지 4,450명에게는 Contrave를 복용해서 심혈관 질환이 얼마나 발생할지를 관찰하려고 했습니다.

통계학적인 설계를 통해서 Contrave라는 약이 가짜 약만큼 안전한지 알아보려면 378건의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때까지 관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기만 하면 제약사가 불쌍하니까, 원래 계획의 25%인 94건의 심혈관질환이 발생했을 때의 안전성 분석을 먼저 진행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FDA로부터 비만 치료제 승인을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제약사는 임상시험을 중단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갈등은 시작되고...-.-;)
25% 중간 점검(심혈관 질환 94건 발생)에서는 Contrave를 복용한 사람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성이 0.59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40%나 적은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50% 중간 점검(심혈관 질환 192건 발생)에서는 Contrave를 복용한 사람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성이 0.88로 상대적으로 12% 적은 것으로 나왔지만, 통계학적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임상 시험이 중단된 시점(심혈관질환 243건 발생)까지 추가로 발생한 심혈관질환을 포함해서 분석하면 Contrave를 복용한 사람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성은 0.95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5%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통계학적 의미는 없습니다.

심혈관질환 발생이 늘어날수록 Contrave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이번 분석 결과를 보면 25%의 중간 점검 결과만으로 Contrave가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원래 계획했던 378건에 못 미치는 243건의 심혈관 질환 발생해서, 가짜 약만큼 안전한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Contrave가 가짜 약만큼 안전한지 알아보려면 다시 대규모 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약사의 성급한 언론 발표 덕택에 3년간 진행된 대규모 임상 시험이 의미 없게 되었습니다.

Contrave 개발사의 현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주식 상황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 5월 임상시험 중단 이후로 계속 떨어진 Contrave 개발사 주가, 올해 3월에 한 번 더 급락함



이번 분석을 보면 임상 시험 25% 중간 결과는 프로야구 정규 레이스 4월 순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 제약사의 성급함이 불러온 이번 사태는 나름 많은 교훈을 남긴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P.S.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제한된 정보와 저의 무지로 잘못 전달한 내용이 있었습니다...ㅠ.ㅠ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25% 중간 분석을 25% 대상자 분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상 시험 디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질환 발생 빈도와 대상자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뭐...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계속 무식하게 사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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