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2가 어느덧 10부가 끝났네요.



자문을 하게 되면서 동료나 선후배가 드라마에 대해서 평가를 해 줍니다. 드라마에 나온 증례를 분석해서 틀렸다며 지적을 해주거나
내용이 현실과는 다르다며 제대로 하라구도 하구요. 사실 저 혼자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의학적 상황에 대한 자문만 하지만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고 있으니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종합병원2에서 장기매매, 진단서 작성에서의 어려움, 의료소송에 대한 이슈를 다루면서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해주는 분들이 생겨 힘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의학드라마에 관심을 가진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문을
하게 되면서 드라마에 대한 따끔한 지적에 마음의 상처도 받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다음 기회가 있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포스팅할 내용은 환자에게 언제 어떻게 불치병을 알리는게 좋은가 입니다.

미국드라마 'ER'을 보면 성인은 물론 소아 환자에게도 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치료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부모나 보호자가 혹시라도 숨겨달라고 하면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죠.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종합병원2 3회에서는 장세진 환자가 나옵니다. 장의 괴사가 있어 복강내 감염이 조절되지 않아 수술을 해보지만 결국 사망하게
되는 환자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 환자와 의사가 예후에 대해 의논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진상이와
간호사들이 하는 말을 간접적으로 듣게 됩니다. 주치의나 담당교수에게서 자신의 질병에 대한 예후에 대해서 설명을 듣지 못하죠.
진상이는 환자를 포기했지만 담당교수는 환자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수술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와 이런 상황에 대해
논의를 했다면 수술을 결정했을까요.

진상이는 죽을 환자 마지막까지 잘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슬퍼하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편안하게 맞이하도록 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 더 슬픈 현실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존엄사 문제도 가장 불치병이 걸렸을 때 환자에게 솔직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해결책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존엄사의 가장 중요한 사전 자기 결정서를 작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에는 아직
멀어 보입니다.





신문 청년의사에서 의사들을 대상으로 최근에 시행한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의사들은 ‘자기 자신의 불치병 진단’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응답자(96.8%)가 ‘솔직히 알려주길 원한다’고 답했으며, ‘배우자’의 경우에는 81.7%, ‘부모’의 경우에는 66.1%가
‘솔직히 알려주겠다’고 답했습니다.


제 전공이 폐암이라 많은 환자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일단 암이라는 진단이 된 후 향후 검사를
진행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호자는
환자에게 병명을 알리는 것을 반대합니다. 폐암의 특성상 아직도 진단시에 50% 이상이 이미 4기로 진행이 되어 있어 완치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 환자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보호자는 제게 환자에게 거짓말을 해달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암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해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들도 부모에게는 66.1%만이 솔직히
알려주겠다고 하니 일반인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보호자들은 모르겠지만 환자는 제게 자신의 병에 대해 솔직히 말해달라고 저와 단둘이 있을때 부탁을 합니다. 저는
비겁해서 보호자가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면 환자에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환자가 원하면 병명을 솔직히
알려주었지만 여러번 보호자에게 시달린 후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보호자를 무시하고 환자 의견을
따르는 건 너무 힘든 현실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장세진 환자처럼 많은 환자들은 어렴풋이 자신의 병명과 상태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담당교수인 제가
거짓말을 하면 저와의 라뽀는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치료는 힘들어지게 됩니다. 보호자와 환자는 자신의 병에 대해
치료를 받고자 하는 의지나 수준이 많이 다릅니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게 되었을 때 의사는 환자에게 설득을 하기도
쉽고 치료에 대한 결정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리나라도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의사와 솔직하게 상의하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보호자를 설득하고 보호자와 환자에게
어느정도 수준으로 질병을 알릴 것인가를 정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거짓말을 하는 현실이 빨리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환자에게 질병을
알려주는 시점은 가능한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환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외국에서는 이미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잘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의사면허시험에 실기시험이 추가됩니다. 여기에 항목을 보면 환자에게 나쁜 소식 전하기라는 주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모의환자에게 어떻게 나쁜소식을 정하는지를 평가하는 거죠. 우리나라도 일부 대학교에 의학교육학 교실이 생기고 의사소통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올해부터 말은 많지만 호스피스 수가가 산정됩니다. 아직도 말기암 환자의 3% 정도만이 호스피스 치료를 받는 현실에서 수가가 생긴다면 좀더 환자의 여생을 편하게 보내도록 도와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종합병원에서는 다루지 못했지만 의사와 환자간의 의사소통 문제, 존엄사 문제, 치료결정과정에서의 의사와 환자 보호자간의 의사소통 문제등을 나중에 다루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회에서는 진상이가 충수염에 걸려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음 포스팅때는 의사가 환자가 되었을 경우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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