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종합병원이 방송하는 날이네요. 드라마를 잘 보지는 않지만 자문을 하니까 챙겨보게 됩니다. 오늘은 제대로된 독사의 연기를 보게 되겠네요.



의사들은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때문에 아프면 아주 민감해집니다. 저도 심한 몸살 감기가 걸려 고열이 나면 혹시 폐렴이나 결핵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하루 이틀 약먹고 반응이 없어 사진도 찍어보고 CT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단순 감기였지만..



의과대학생들도 병에 대해 처음 배우면 자기가 그병에 걸린걸로 착각합니다. 책에 있는 내용이 모두 자기한테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런 의사가 실제로 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종합병원 3부에서는 진상이가 충수염에 걸려 수술을 받게 됩니다.





사실 드라마속의 진상이는 순순히 자기배를 하윤이에게 내어줍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병원의 결정이지만 자기 동료가 처음 수술한다는데 선뜻 동의하기는 쉽지가 않겠죠.




수술을 처음하는 의사가 자기배를 가른다면.... 진상이 머리속엔 짧은 경험이겠지만 수술장에서 일어났던 갖가지 사고나 해프닝이 생각이 나게 됩니다. 혹시 내 배에 거즈를 넣어 놓지 않을 지... 마취가 안 깨는 건 아닐지...



그래서 수술을 하게 되면 자신의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누가 수술을 잘하는지 알고 싶다면 유명한
의사가 병에 걸렸을때 보면 됩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의 병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도 하거든요.



수술장에서 수술을 받은 의사에게 들어보면 침대에 누워 이동할 때 보이는 시선이 평상시와 너무 다르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취를
하려고 누웠을 때가 가장 두렵구요. 저는 아직 경험을 못해 보았지만 정희두 선생님이 그린 만화를 보면 잘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종합병원에서도 같은 앵글의 장면이 나오죠





저도 지금까지 많은 의사를 환자로 만났습니다. 제게 있어서 의사가 환자로 오게되면 너무 힙듭니다.



어떤 의사는 환자는 자신의 의학적인 견해를 숨기고 저를 존중해줘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만 일부 의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 걱정이 많고 검사나 치료에 대해 자신도 결정권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충분히 논의를 하고 치료를 하는 것은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가 되면 합리적인 사고나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게 됩니다.



가장 피곤했던 환자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외국논문을 찾아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치료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였습니다. 설득하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을 만한 주치의를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한번 주치의로 결정을 하게되면 전적으로 믿구요. 의사는
다른 환자와 다르게 같이 생활을 하기 때문에 누가 자기 주치의로 적당한지 고를 수가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야죠. 반대로 저 의사는
내환자가 안되면 좋겠다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상시 모습을 보면 환자가 되었을때 어떠할 지 눈에 보이거든요.



의사가 아플때 그사람의 성격이 가장 잘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저도 아프게 되면 제가 싫어하는 환자가 되어 있을 가능성도 아주 많을거라 봅니다.





제가 본 드라마 중에서는 여러 의사를 직업으로 가진 환자중에 ER의 닥터 그린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뇌종양으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시즌8에서 죽게 되는 역할을 합니다. 아주 까다로운 환자는 아니지만 뇌종양에 걸린 의사가 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료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영화 'the doctor'도 의사가 환자가 된 후 느끼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의사를 환자로 만들어서 의료현실이나 환자의 느낌에 대한 묘사나 표현을 많이 합니다.




종합병원1에서는 치매에 걸린 병리과 의사가 나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종합병원1에서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종합병원2에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의사가 병에 걸린 상황을 제대로 연출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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