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2가 어느덧 12부가 끝났습니다. 드라마상으로 2월에 시작했는데 벌써 크리스마스가 되었네요.저도 종합병원2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글을 마무리지어야 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자문을 하러 참여할 때는 전체적인 틀은 있지만 매회 다른 소재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점은 우리나라에서 환자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 낼 조연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종합병원2에 출연하고 계시는 조연 분들을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합병원2에 대한 주변 의사의 반응 중 제일 많은 물론 드라마가 사실적이지 않고 비현실적이다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변명을 했으니 오늘은 생락하구요. 두번째 지적 사항은 오진입니다.




어떻게 보면 오진 논란에 대한 변명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제가 의사로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저로서는 현실과 드라마의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게 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종합병원2는 의료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딜레마적인 사항을 담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그중에 처음에 등장한 에피소드가 췌장암이 재발한 이희섭 환자에 대한 얘기로 환자의 선택권 문제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 환자의 에피소드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종합병원1의 이미지, 특히 김도훈교수의 역할이 컷다고 봅니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고뇌하고 갈등하다가 결론적으로는 오진을 했습니다. 결국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켰고 오진을 한 의사가 되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하얀거탑과 봉달희, 뉴하트의 주인공들에 비하면 시청자에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가 않은 역할을 잘 소화해 내셨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아마 오진 논란의 큰 부분은 김도훈 교수가 환자를 멋지게 살려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환자가 수술하기 전에 췌장암의 재발인지 담도염인지를 구분 할 수 있는데 왜 수술을 해서 환자를 죽게 했느냐는 비난이 많았습니다. ERCP를 하거나 EUS를 해보면 되지 않았느냐고 물어봅니다. 또 만약 담도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PTBD를 삽입하는게 맞지 않았느냐고 합니다. 물론 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이런 과정을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 증례는 그런 노력들을 모두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인지 재발인지가 명확하지 않았을 때 의사와 환자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문을 한 입장에서 췌장암 수술 후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후유증으로 생긴 합병증인 담도염이 좌측 부위에 국소적으로 발생을 했고 내과적 치료로 해결이 안되면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도훈 교수는 자기 입으로 이전에 이런 환자를 살린적이 있다고 하구요. 환자가 살아났고 김도훈 교수의 생각이 옳았다면 오진 논란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드라마로서는 쉬운 결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술전에 환자의 상태가 나쁘거나 애매한 상황에서 과감히 수술을 해보는 경우도 있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과서나 진료지침에서는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만 환자 개개인으로 접근하면 항상 어려운 선택의 연속입니다. 이 증례처럼 드문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짜피 감염이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암이 아니라도 사망할 경우로 설정이 되어 있어서 의사들은 한기태 교수처럼 암이 재발한 경우로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그래도 의사라면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고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고 싶어합니다. 이런 경우 환자와 의사는 어떤 선택을 무슨 근거로 해야하는 걸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김도훈 교수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자에게 현재의 상황과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의학적으로 어려운 내용이지만 환자에게 설명을 해보고 결정을 하도록 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환자는 이해를 못하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의사에게 선택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아직은 많습니다. 또 환자 자신이 이런 결정을 하기 보다는 보호자가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 문제나 불치병에 대한 통보 문제 등을 보면  점차 보호자만 설명을 듣고 결정을 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진단하는 폐암에서는 환자가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이 안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진단이 되어서도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중에 어떤 것이 환자에게 가장 좋을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의사의 몫이지만 환자와 보호자에게 선택권을 주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는 통합진료를 하는 외래가 있습니다. 제가 속한 폐암팀에서 보는 외래는 환자와 보호자가 들어오기 전에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가 모여 상의를 하고 환자를 들어오게 해서 진료를 합니다.  진료비는 혼자서 보는 외래와 동일해서 4명의 교수는 무료봉사를 하는 셈으로 환자 1명에 5명의 교수가 둘러앉아서 외래를 봅니다. 이렇게 하면 한시간에 기껏 10명을 보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환자도 여러 외래를 돌아다니지 않아 편하고 진단과 치료에 관련된 교수가 직접 설명을 하고 질문을 받아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아직 다른 병원으로 확산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나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험수가도 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의 5년 생존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많은 환자분이 결국 사망하십니다. 또 일부 수술을 결정한 환자도 수술 후 1달내에 사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술전에 최선을 다해도 사망할 환자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최소한 수술을 선택한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이 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통합진료에 대한 논문은 외국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명의 의사가 상의해서 결정하고 환자에 대한 설명이 잘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적극적인 치료의 큰 부분은 여전히 수술입니다.





비록 이희섭 환자처럼 오진을 한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오진은 의사라면 가지고 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진을 한 환자에 대한 경험때문에 이희섭 환자가 말한 것처럼 또 이런 환자가 와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들은 진단이나 치료 과정에 대해 남에게 조언을 하거나 설명을 할 때 조심했으면 합니다. 일반인들이 오진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의사들이 아무리 드라마지만 너무 오진이라고 말하는 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진단이 얼마나 정확한지 돌아보면 아찔할 때가 많습니다. 의술이 발전하고 진단장비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진단을 못 내리거나 틀린 경우가 있습니다. 여전히 오진을 하기도 하고 실수도 하지만 환자가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라뽀를 쌓아가는 것이 제 의무인 것 같습니다.





종합병원2에서는 독사가 어려운 수술을 성공시킵니다. 직장암의 간전이인 경우는 수술로도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고 이 환자는 드라마 내용으로 보아 당연히 살아야 하는 환자니까요. 하지만 이런 환자를 수술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아주 힘든 문제입니다. 그래도 환자가 원할 때 수술을 해줄때 수술 후 결과가 나쁠 경우 이해해주는 분위기까지는 안되더라도 모르는 보호자가 갑자기 나타나 멱살을 잡거나 비난하지 않는 현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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