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anthrax”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석탄”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탄저”를 가리킨다. 사람에게 탄저가 발생하면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검은색 딱지가 앉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탄저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2001년 가을의 “백색테러의 공포” 사건이었다. 그 해 9월 11일, 뉴욕 맨하탄 한복판의
쌍둥이 빌딩으로 날아든 비행기 두 대는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건물 두 개를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수사과정과 우편물 검역에 대한 내용이 실린 책





그리고 얼마 후 탄저균 포자를 담은 흰가루가 미국은 물론 네덜란드·스위스·영국·오스트레일리아·이스라엘·아르헨티나·폴란드 등 여러
나라로 배달에서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끝내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 때 미국에서는 23명(호흡기형 11명, 피부형
12명)의 탄저 의심환자가 발생하여 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자는 모두 호흡기 침범 증세를 보인 사람들이었다.





탄저는 소, 말, 양, 염소 등의 초식동물에게 탄저균이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사람이나 육식동물도 감염된 동물과 접촉을
하게 되면 전염될 수 있다. 탄저를 감염 경로에 따라 분류하면 피부(의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피부형,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소화기형, 공기중의 탄저균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호흡기형이 있다.





피부형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며, 농부들이 양털을 깎는 과정에서 감염된 양으로부터 탄저가 전파되는 경우가 흔했으므로 “양털을 골라내는 사람들의 병(woolsorter's disease)”이라 알려져 있었다.






구소련 스텝노고르스크에 있던 탄저균 배양시설(출처: Spores, Plagues, and History)





피부와 소화기에 발생한 탄저는 상대적으로 증상이 약하지만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 탄저균은 감염 즉시 항생제를 투여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80-95%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보고서에 의하면 50kg의 탄저균 포자가 최적 기상조건에서 50~500만명의 인구를 지닌 20km2 넓이의 산업화된 도시에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수직 방향으로 2km의 선모양으로 살포되는 경우 수만~수십만 명이 사망하거나 무능화할 것이라고 한다.





19세기 이전에는 병에 걸리면 그냥 기다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으나 1876년에 코흐는 코흐는 탄저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을
발견했고, 1881년에 파스퇴르는 탄저 예방백신을 개발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주었다. 20세기 중반 이후에 페니실린을
비롯하여 각종 항생제들이 발견됨으로써 이제는 특별히 면역이 약한 사람이 아니라면 탄저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한 치료에 의해
해결가능할 정도로 의학이 발달된 것이 위안거리라 할 수 있다.






막대모양을 한 탄저균





탄저는 흔히 발생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탄저가 토착화한 나라에서는 농가의 풍토병처럼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 경주와 2000년 창녕에서 오염된 쇠고기를 먹고 탄저 환자가 발생한 예가 있으므로 가축이 이상증세를 보일
경우에는 즉시 수의사에게 데려가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발생된 환자는 탄저에 걸린 소를 제대로 처치하지 않고 먹다가 생긴 소화기 탄저였다. 소화기 탄저는 비교적 예후가 좋으나
탄저균이 혈액으로 침투하여 패혈증으로 발전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의심되는 환자는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호흡기 탄저는 감염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받지 않으면 치사율이 높게는 95%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기도를 통해 들어온 탄저균이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결국에는 호흡 곤란에 의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탄저균 포자는 폐주위의 림프계에 침투하고, 탄저균 독소는 폐조직에 출혈, 괴사, 부종 등을 일으켜 호흡곤란을 가져오게 한다.





탄저가 테러용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포자라고 하는 특수한 형태로 수십년 이상 생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변환경이 생존에
적합하지 못하면 포자를 형성하여 잠자는 듯 존재하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으며, 2001년에 백색가루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것은 포자상태의 탄저균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탄저균을 전쟁무기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는 1940년대의 영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었으며, 구소련에서는
1983년에 스텝노고르스크에 탄저균을 무기로 이용하기 위한 거대한 배양시설을 마련한 바 있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이러한 무기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지금은 당시의 기술이나 인력이 테러집단을 위해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생체조직에 감염된 탄저균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가 화학무기와 함께 생물무기를 대량으로 준비해 놓고 전쟁을 기다리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으므로 1991년에
미국이 걸프전을 시작할 때는 전 병사들에게 탄저 백신을 투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탄저 백신의 효과는 완벽하지
못했고, 사용하기도 까다로운 상태였다.





탄저균이 지금도 유력한 생물무기의 하나로 취급되고 있으므로 더 훌륭한 효과를 지닌 백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
나라에서도 2008년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발한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임상시험을 준비중에 있으므로 앞으로는
탄저균 테러에 대한 공포를 다소나마 약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나라에서 발생한 탄저 환자는 주로 소에 의해 발생했음을 감안하여 소와 가까이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항상 소가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겠다.






* 편집자 주 : 국내 탄저에 대해 추가 정보 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05년 처음으로 탄저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졌으며 이후 68년 경북 달성에서 10여명이 탄저병에 감염됐고
그중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93년까지는 학술적으로 확인된 탄저병 감염 사례가 없다가, 94년부터 최근까지
피부 및 장관 탄저병 환자가 35명 발생해 6명이 사망했습니다. 본문에서 언급되었듯, 지난 94년 경북 경주시에서 탄저병에 걸린
소를 도살해 먹은 28명 중 3명이 숨졌고 95년에는 서울의 한 정육점에서 소머리의 생골을 먹은 2명 중 1명이 숨졌고 작년에는
경남 창녕에서 탄저병에 걸려 죽은 쇠고기를 먹은 주민 5명 중 2명이 숨졌습니다. 지금까지 피부 및 장관 탄저병 환자만 발생했을
뿐, 호흡기 탄저병 환자는 국내에서 발병한 사례가 없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인 경남 창녕의 사례를 자세히 보면, 식품 안전망 중 하나인 도축 관련한 규정을 어김으로써 생긴 인재였습니다. 어려운
형편의 농민이 키우던 소가 병들어 죽자 동네 주민들이 익혀서 먹으면 된다며 이웃을 돕기 위해 조금씩 돈을 내고 소고기를 불법
도축하여 사갔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에게 탄저가 발생했습니다. 저렴하게 산 소고기를 여러 지역에 선물함으로 해서 피해는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당시 보건당국이 긴장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지요.



* 이글은 격월간 서울우유 1/2월 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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