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보자’는 말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보건의료계도 마찬가지죠.





청년의사는 신년 특집으로 ‘脫章 Talk’ 를 통해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안 나가고 고료도 없지만,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글을 보내오셨고요, 앞으로도 계속 투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짧게 써 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들 기대(?)보다 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만큼 가슴 속에 쌓인 말들이
많았나 봅니다.





앞으로 이러한 지면을 부정기적으로 계속 마련할 예정이고, 혹시 보시고 동참하시고 싶은 분은one97@docdocdoc.co.kr
청년의사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시거나, 헬스로그를 통해 싣고 싶으면 gamsa@gamsa.net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최소한의 사실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연락처는 남겨주셔야 합니다. <청년의사 편집부>



* 독자 투고 내용은 청년의사나 헬스로그 논조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제약업계에서 일한 지 2년 되는 30대 영업사원이다.





회사는 중소제약사이며, 맡은 업무는 개인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다.





높은 실업률로 졸업 후 취업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취업을 해서 월급을 제때 받고 일할 수 있다는 점만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2년간의 제약업계 생활 동안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먼저, 개원의 한 명에게 접촉하는 제약사는 대략 30~40여 개라고 한다. 이를 세부 약물로 나누면, 한 약물 당 3~4개 회사들이 한 의원 또는 병원을 놓고 경쟁을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며, 기존의 (의사들의) 선택을 바꾸는 것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중소제약 영업사원은 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려우며, 만나도 5분 이상 이야기할 수도 없다. 사실,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는다.





어찌됐건 이러한 영업환경 속에서 의사들에게 소위 말하는 리베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회사의 경우 처방의 15~20% 정도를 리베이트 비로 책정하고 있는데, 몇몇 회사들은 많으면 40%까지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의사들 중에서는 왜 다른 제약사보다 적은 마진을 주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리베이트라는 것을 주고받지 않은 투명한 거래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다른 분야에서는 고깝게 보고, 언론에서는 비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영업사원들끼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만큼 오랫동안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리베이트에 대해 모 제약사가 ‘물을 흐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모두 짊어져야 할 짐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은 경력 때문에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회사의 사업방향에도 불만이 적지 않다. 다른 분야의 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매출을 높이기 위해 가상으로 매출 성과를 올리는 일이 있는데(이를 영업분야에서는 ‘약을 날린다’고 표현한다), 최근 이러한 일이 심해졌다. 주식시장 등 외부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개인 매출 목표의 50%를 넘기기도 힘겹다. 이는 비단 나뿐이 아니라 회사 영업사원 중 90%가 이러한 상황이다. 억지로 약을 팔라고 하니, 리베이트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제약업계 리베이트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은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위한 해결책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만나는 의사들의 이야기로는 보험 수가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한다.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수십 개 제약사들 중 나만 리베이트 없이 영업할 수도 없다.





<기고자 - 제약회사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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