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과 소비에 따른 '부메랑 효과'라고 치부하기에는 여기저기 책임의식의 부재가 보인다. 스스로 키우지 않으면 채소부터 고기까지 먹을게 없다고 되네이는 부모들의 한탄섞인 목소리가 밥상머리 저편에서 환청처럼 들리는 것 같다.  


● 피프로닐 (Fipronil)

개, 고양이의 진드기 퇴치를 위해 사용된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벼멸구, 방아벌레 같은 병충해로부터 감자와 벼를 지키는 농약 중 하나이고 바퀴벌레 해충약에 들어가는 주요 화학약품이기도 하다. 

시작은 네덜란드였다. 피프로닐이 함유된 네덜란드의 계란이 EU 15개국과 스위스, 홍콩, 영국에 수출되었는데 영국에서만 70만개가 판매된 걸로 집계되었고 올해 7월 논란이 되자 수백만개의 계란이 수거되었다. DEGA-16이란 천연 세척 및 살균 제품이 닭사육장의 세척에 사용되었는데 여기에 피프로닐이 들어가 있어 관련 회사(칙프렌드) 대표는 체포되고 해당 제품을 납품받은 벨기에와 공급자 입장인 네덜란드 사이에 첨예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개나 고양이 진드기 박멸에 피프로닐이 허용되지만 가축(미국에서는 소에 일정량 허용됨) 중 닭에게 엄격히 금지되는 이유는 개와 고양이가 식용이 아니기 때문이라 풀이되며 닭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잔류량과 효과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  

왜 비펜트린은 되고 피프로닐은 안되나?


● 비펜트린 (Bifenthrin)

불개미, 진딧물 등의 살충제로 미국환경보호청(EPA)은 C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결코 피프로닐보다 약한 독성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국제 잔류허용기준치를 봤을 때 비펜트린이 0.01ppm, 피프로닐이 0.02ppm인 것만 봐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비펜트린이 전통적으로 농가에서 많이 쓰였던 살충제 혹은 농약(밤, 대추, 사과 등)인 반면 피프로닐은 바퀴벌레약이나 개,고양이에 사용되는 해충박멸의 이미지가 강하며 이런 사유로 피프로닐은 식용이 가능한 가축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 에톡사졸(Etoxazole)

역시 농작물의 진드기와 거미 등을 없앨 때 사용하는 일본산 살충제다. 포유류에 치명적인 용량은 킬로그램당 5그램이며 19일간 지속된다.

● 피리다벤(pyridaben)

배, 멜론, 가지, 감귤 ,고추, 참외, 장미 등 광범위한 농작물에 발생하는 해충에 쓰이는 농약이다. 


● 플루페녹수론(Flufenoxuron)

역시 소나무나방, 사과진딧물, 딸기파리 등 광범위하게 쓰이는 농약성분 중 하나다. 

쉽게 말해 발단이 된 비펜트린과 피프로닐 그리고 나머지 화학약품들 모두가 살충성분을 가진 농약이다. 결론적으로 모두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인데 이 상황에서 뭐가 더 합법적인가만 따질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떻게 잔류량관리를 철저히 할것인가가 중요해 보인다. 다시 말해 살충제 문제는 계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거다. 

농작물이나 축사에 물과 희석해 해당 살충제를 분사한다고 하더라도 잔류량 수치를 금방 알 수가 없어 농가의 자체관리가 힘든 것도 사실이므로 이참에 구체적 액션플랜과 꼼꼼한 관리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단발성 교육이나 책임추궁만이 아닌 농축산가와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국민의 먹거리만은 안전하게끔 보장하는 것이 관련 부처와 실무진들의 소임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진부한 표현이라 느끼겠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발 피프로닐 파동으로 시작된 한국의 달걀대란, 돌이키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적폐청산은 단지 정치적 레이어로만 해석할 단어가 아니라 의식구조의 변화도 포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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