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논가스(Xe)는 대기 중에 지극히 소량으로만 존재하는 불활성(합성이 잘 안되는) 기체다. 초기에는 카메라 플래시에서 강한 빛을 내는데 사용되었지만 인체에 해가 없고 용해성이 뛰어나  CT스캐너의 조영제로 이용되기도 했다. 또한 마취성이 있는데 아산화질소보다도 진통작용이 뛰어나고 부작용도 없다는 점으로 인해 주목 받았으나 너무나 미량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라 단가가 비싸 (5000 USD/m3) 많이 보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제논가스가 마취제로 사용되었을 경우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환자들의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신경손상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제논가스가 혈중 EPO(Erythropoietin : 적혈구생성소)농도를 높여 적혈구가 늘어나고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지구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 제논가스가 대체 러시아 올림픽선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금메달에 대한 운동선수들의 갈망은 만국공통이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 EPO수치는 지구력을 높이는 잣대가 되었고 이를 높이기 위해 처음에는 만성빈혈치료제로 쓰이는 인공합성 EPO를 사이클, 크로스컨트리, 조정, 장거리달리기 등 지구력을 요하는 스포츠 선수들이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심혈관계 부작용(심장마비)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며 결국 금지약물로 지정된다. 약물이 없어지자 그 다음 등장했던 것이 바로 제논가스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친 건 김연아 선수만이 아니었던가 보다. 러시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도핑을 권유했으며 선수들이 이미 수년전부터 이 제논가스를 흡입해 왔다고 영국의 BBC와 독일의 WDR이 연달아 보도하며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리차드 파운드 WADA의장도 '성적향상을 위해 제논가스를 이용한 것이므로 도핑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혹시 금메달이 추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국내 언론들이 내놓기도 했지만 제논가스를 금지약물 리스트에 올리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소치 올림픽 1위는 금메달 13개를 딴 러시아가 차지했는데 그 이전인 21회 캐나다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는 금메달 3개로 11위였다. 러시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도 이미 금지된 제논가스 도핑을 한 선수들을 출전시키려다 100명이 넘는 선수가 출전금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이렇듯 제논가스의 사용례를 따라가 보니 인간의 역사 중 아주 일부분이지만 재미있는 단면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제논가스는 다른 원소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동위원소(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 동위원소중 일부는 방사성 동위원소이며 핵분열의 산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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