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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구조조정, 왠말이냐?
흔히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보자’는 말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보건의료계도 마찬가지죠.





청년의사는 신년 특집으로 ‘脫章 Talk’ 를 통해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름도 안 나가고 고료도 없지만,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글을 보내오셨고요, 앞으로도 계속 투고를
받을 예정입니다. ‘짧게 써 달라’고 부탁했지만, 다들 기대(?)보다 긴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만큼 가슴 속에 쌓인 말들이
많았나 봅니다.





앞으로 이러한 지면을 부정기적으로 계속 마련할 예정이고, 혹시 보시고 동참하시고 싶은 분은one97@docdocdoc.co.kr
청년의사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시거나, 헬스로그를 통해 싣고 싶으면 gamsa@gamsa.net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최소한의 사실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연락처는 남겨주셔야 합니다. <청년의사 편집부>



* 독자 투고 내용은 청년의사나 헬스로그 논조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건보공단 구조조정, 왠말이냐?





2008년은 ‘당연지정제 폐지’,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 ‘개인질병정보 민간보험사 제공’ 등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시도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 국민들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소중함을 스스로 나서 얘기하고 소통했으며 거대한 민심의 힘을 만들었다.





‘돈벌이 최고’ 미국의료제도의 실상을 파헤친 ‘식코(Sicko)’가 올 봄 전국에서 상영되었으며, 6월 10일 광화문에 모인 50만의 시민들이 안치환의 선창을 따라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노래를 불렀다.





남쪽 제주에서는 도지사가 공무원을 총동원해 여론몰이를 했지만 도민의 뜻으로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을 막았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들께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보는 데에는 의료공급자, 보건의료 노동자, 건강보험 노동자들의 남모르는 노력과 희생이 있어왔다. 2009년은 보건의료인, 국민, 공단 노동자가 더 나은 건강보험제도를 만들기 위해 많이 대화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통령이 나서서 일체의 예외 없는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정형근 이사장이 350명 희망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하였다.





공단은 2000년 통합 당시 정원 1만5,653명에서 5,319명(34%)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2007년 1만334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1,460명을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전환 배치해서 건강보험업무 인력이 8,874명으로 줄었다. 통합 이후 사실상 절반의 인원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막대한 재정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건강보험 업무는 대폭 늘었다. 노령화와 만성질환자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도입한 건강증진, 건강검진 등 예방사업에만 2,029명분의 업무가 늘었다.





대신 고액 임금을 받고 있진 않을까? 2007년 5월 기획예산처 발표에 따르면 공단은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이 공공기관 35개 기관 중 32위다. 현재 공단의 신입 6급 직원 연봉은 2,420만원으로 전체 대졸 초임 연봉 3,093만원의 80%에 불과하다. 공단직원들은 주로 대학졸업 후 1987년과 1989년, 1990년대 초에 입사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6년간 공단의 임금인상률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지 못했다. 올해 예를 들면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은 3%인데 이는 호봉승급분 1.7%를 포함한 총액기준이다.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은 1.3%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내년 임금 동결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승진하기 어려운 것으로 금메달, 은메달을 다투는 곳이 건보공단이다. 공단의 경우 5급에서 4급으로 근속승진 할 때 소요되는 기간은 8.6년이다. 이는 공무원이 8급에서 7급으로 진급하는 것에 해당하는데 공무원의 6.5년에 비해 2년 더 걸린다. 같은 사회보험 영역인 국민연금관리공단 6.2년, 근로복지공단 4.9년과 비교할 때는 2~4년이 더 걸린다.





올해 새로 시작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업무의 사정은 어떠한가? 노인장기요양 업무현원 2,320명은 공단이 외부기관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 산정한 적정사업인력 2,768명보다 448명이나 부족하다. 복지부가 직제정원을 2,496명으로 줄여 승인했고, 이마저도 176명 적게 배치됐기 때문이다.





요양직 노동자들은 야근과 휴일근무를 밥 먹듯 하고 있다. 한 달에 80~120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는데 예산이 없다며 수당도 받지 못했다. 신규채용자 1,036명 중 95%가 여성노동자고 이 중 60%가 기혼자인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휴일에 나와 일할 때 너무 힘들어 스스로 수액주사를 꽂고 일한다”, “전 직장에서는 교대근무이기는 했어도 아이를 볼 시간은 있었지만 여기 와서는 아이를 볼 시간이 없어 너무 힘들다”,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올해 3월 1일 입사한 신규직원 중 벌써 과반수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배경에는 이렇게 열악한 노동조건이 깔려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공공기관은 방만하며 사람 줄이는 게 절대선’이라 무조건 믿는 사람들이 옳을까? 일손은 부족하고 정원은 줄여야 한다면 경영진들이 손쉽게 택하는 방법은 정규직 줄이고 비정규직과 외주를 늘리는 것이다. 3차 산업에 전염병처럼 번진 ‘88만원’ 일자리를 공공기관에 퍼트리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에 ‘청년인턴제’ 시행 협조 공문을 보낸 바 있고 건보공단 경영진도 200명대의 청년인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고 단기간 계약직으로 들어올 청년인턴이 할 일은 자신의 전공과 절대 무관한 안내문 발송, 창고정리 등 단순노무다. 이러한 일이 청년의 미래에 과연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나는 겉보기 번지르르한 성과를 내려고 노동자를 재촉하는 높은 양반들이 아니라, 국민과 직접 만나 한 땀 한 땀 제도와 사람을 이어주는 노동자들이 공단의 대표이고 주인공이라 생각한다. 비록 승진도 잘 못하고 월급도 뻔하지만 국민들에게 정말 좋은 건강보험을 드리고 싶고 일해서 번 돈으로 떳떳하게 자식들 가르칠 수 있으면 보람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지켜온 이 일터가 ‘87년 세대’ 명퇴자의 눈물과 ‘88만원 세대’들의 한숨으로 물드는 것을 가만히 눈뜨고 볼 수 없다. 태풍 예보를 듣고 대비하러 창고에 가는 농부 심정이 이런 걸까?






<기고자 -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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