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테니스 선수가 된 이유

고도근시와 난시 치료를 위해 초록색을 많이 봐야 한다는 말에 테니스에 입문하게 되었다는 정현. 그가 호주 오픈 4강에 진출했다는 낭보에 각종 미디어들이 연일 보도하고 있는 드라마틱한 얘기 중 하나다. 한국의 테니스 코트가 거의 클레이(진흙)라는 사실을 감안해 본다면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이었던 아버지의 적극적인 가르침에 더 무게가 실린다. 실제 정현의 형 정홍(25)씨도 테니스 실업 선수다. 여하튼 아버지의 배려로 어릴 때부터 녹색코트에서 테니스를 배우게 되었다는 정현, 어쩌면 안 좋은 눈으로 인해 득을 봤다고 해야 할까?

안과나 안경점에만 가면 늘상 듣던 레파토리인 '멀리 보시고 초록색 많이 보세요.'라는 얘기.  새롭지도 않지만 과연 그럴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초록색 자체가 눈을 치료하는 마법과 같은 효능은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대신 약시가 진행 중인 9세 이하의 아이에게 시각적 자극이 없고 눈의 피로함이 덜한 파장을 가진 녹색을 권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보통 소아의 시력은 10세 전후로 발달을 멈추게 되므로 이전에 시력이상이 있다고 느껴지면 안과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소아의 특성 상 검사 협조가 어렵고 증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생활 중 사물을 볼 때 눈을 찌푸린다든가, 너무 가까이서 보려고 한다든가, 보호자와 눈맞춤이 잘 되지 않되거나 비정상적인 고개기울임을 보이면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안구의 신경막인 시신경과 망막은 아동기에 적절한 시자극으로 인해 발달하고 성숙한다. 하지만 고도의 굴절이상, 사시, 눈꺼풀 처짐 등으로 인하여 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민감한 시기에 적절한 시자극을 받지 못하면 시력 발달이 지연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후 시력회복이 힘들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만 8세 이상에서 치료를 시작할 경우 정상시력회복을 보이는 경우가 23%에 불과하지만 만 4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95%가 정상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고글로 인해 CNN으로부터 '교수'라는 애칭마저 챙긴 정현 선수, 4강을 넘는 걸 보고 싶다.  우리가 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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