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전은 사회 전반의 심층 구조의 변화라고 할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소비자들로 하여금 주어진 정보에 국한되어
제품을 선택하도록 하던 과거의 행태에서 스스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게하여 소비자의 권리 향상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완벽히 구별되던 과거와는 큰
차이로 이제는 소비자도 일정 부분 생산을 하는 프로슈머가 되가고 있고 이런 변화는 기업에도 변화를 일으켜 소비자의 참여로 기업의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평가로 이뤄진 순위사이트가 대표적이겠지만, 은행 ATM 기계 역시 비슷한 사례로 소비자가
과거 은행 창구 직원이 하던 업무의 일부를 맡아 하게되어 더 빠른 서비스를 받고 기업은 인원은 감축해 이윤을 최대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인터넷은 정치, 사회뿐 아니라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하다. 앞으로 어떻게 더 변화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아직 평가할 시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런 우려는 현 시점으로부터 과거의 사례로 부터 나온 것이고, 미래에 있어서는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금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되짚고 앞으로의 변화에 많은 의료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과거 1918년 전세계에 유행한 독감으로 수백-수천만명이 사망했던 당시를 상상해보자. 벨이 전화를 발명한 것이 1876년이니
사람과 사람이 전화로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었던 시기였지만, 지금처럼 누구나 전화를 가지고 있던 시대는 아니다. 이 시대만
하더라도 옆 동네에 독감이 유행해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질병의 전파 속도나 이런 사실이 전달되는 속도가 큰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더 과거로 올라간다면, 이런 가정은 사실이된다.





지금은 정보 자체가 전염병과 같이 온라인
속을 급속히 퍼져나간다. 정보의 전세계적 동시화는 현 시대를 지탱하는 힘이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는 경제적 손실을 입히기도
하고 건강을 해치게 하기도 한다. 애플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루머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경제적 손실의 예라고 할 수 있고, 광우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정치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의료 정보의 왜곡 - 예를
들어 암환자에 있어 우선적인 현대의학적 치료 보다 대체의학 또는 종교적 치유 권유 - 이 건강을 잃게 만든다.






많은 정보 속에 현대인은 진실을 가려낼 능력을 가질 것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지만, 대부분은 이런 요구가 당면한 과제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인터넷 속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논의들은 전문지식이 없는 대중이 만들어낸 합의, 예를들어 의료에 있어서는
현대의학적 치료가 인위적이고 생약치료나 자연주의적 치료가 더 나은 치료라는 식의 만들어낸, 또는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 암묵적으로
합의되고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의료뿐 아니라 많은 과학분야가 그렇다.





과학적 사고가 가장 합리적인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이라고 배워왔지만, 실제 생활에 있어 과학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상 생활과
괴리된 과학적 발전이 대중적인 과학의 이해를 떨어뜨렸다는 과학계의 자성의 목소리는 의료계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오랜기간 습관적으로 해오던 것, 또는 오랜 세월 지속되왔다는 이유로 치료 방법을 택하고 안전하다고 믿기 쉬우며 때로는 광고
효과에 의해 결정하기도 한다.





인터넷 공간 속 제대로된 의료정보는 혼란 속에서 그 가치를 잃기가 쉽다.
최근에 해외에서 유행하는 과학에 대한 공격이나 불신들이 국내에서도 보여지고 있어 혼돈은 가중되는 형태다. 여전히 과학이 인류의
번영과 질높은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반대로 재앙을 불러오는 근원이 된다는 시각 역시 커져가고 있다. 최근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유전조작 식품 논란과 이와 맞물려 있는 일부 극단적 환경운동역시 과학에 대한 위험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에
편승해 상술을 노린 대체의학이나 건강 보조식품들이 인터넷 속에 가장 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이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 포털들은 검색 결과 상위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보가 검색 우선 순위에 올라오더라도 광고에 가려지고 있다. 게다가 웹페이지 검색 결과 속에서도 양질의
컨텐츠 보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이야기들과 일반화 할 수 없는 단편적 경험들이 대부분이고,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지는 게시물이나
지식인 서비스에는 위험한 답변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의원들의 광고성 정보 제공도 인터넷 속
의료정보의 신뢰성을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병의원이 제공하는 정보가 상업적 광고인지, 사실에 근거한 제대로된
정보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때문에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의학, 건강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제공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보건 당국 내부에서도 중복되는 컨텐츠 제작과 통합 검색이 불가능한 웹 구성, 접근성 부족, 정보의 질에 있어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누가 해결해야하는가?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은 무의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블로그를 통한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의학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우리의 의료시스템의 문제점까지 지적하는 의사 블로거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의 크기에
비해 아주 작은 부분이다. 더 많은 의사들이 가상 공간에서 어떤 의료정보를 섭취해야할지 알려주고, 또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와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





지속적으로 팽창해가고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 예상되는 인터넷과 네트워크에 대한
의사들의 평가는 매우 인색해서 '문제만 일으키는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때문에 단순히 국민 보건에 대한 공익적 목적으로
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의 의사 블로거들의 열정이나 의협의 네이버 지식인 협약에 따른 공익적 활동들이
지속해서 확산되리라 낙관하기는 힘들다. 개인의 브랜드화나 병원의 간접적 마케팅 효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실질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사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온라인 상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하고 가상 공간 속 진료 행위에 대한
대비를 해야한다. 현 시점에는 우려되는 것이 없지 않고 논란이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 미국을 시작으로 이뤄져가고 있는
의무기록의 개인화, 전산화(EHR, PHR)는 국내에서도 이뤄질 것이 분명하며 이는 온라인뿐 아니라 의료 환경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에 인식의 변화나 대비가 필요하고 의료 전문가로써 의사들이 주도해야한다.





더불어 보건당국의
역할이 있다. 지금의 보건정책은 기본적으로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이 정책을 이해하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이뤄지고 있다. 현실은 기대와 달리 비합리적인 의료 소비를 하기 일쑤지만, 이에 대한 홍보나 경고의 목소리는 항상 의사의
몫이다. 이에 대한 역할의 확대와 더불어 제대로된 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을 써야한다. 또한 공중보건의 측면에서 과거
일선 보건소와 기성 미디어를 통한 교육 홍보의 역할이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시급히 인식하고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홍보 활동에 투자해야한다.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웹페이지의 신뢰도에 대한 인증제도의 확산 및 사후 검증 방안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인터넷은 개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환경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변화다. 때문에 과거의 경험만으로 예단하거나 단순히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거나 또는 무조건적인 찬양만 하는 것 모두 위험하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야할 때다.






* 이 글은 의료리더십포럼의 '의료현장과 법과 윤리' 간행물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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