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이 넘는 노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장수도시 오키나와'. 미국 환경운동가이자 작가인 존 로빈스가 그의 책 ‘100세 혁명’에서 일본 오키나와를 설명하며 한 얘기다. 재미있는 점은 오키나와의 식단을 건강식으로 소개하려니 지중해식의 '올리브유'나 불가리아식의 '요구르트' 같이 한번에 특징을 잡아낼 수 있는 음식이 언뜻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가 가까우니 생선위주가 아닐까 봤지만 오히려 돼지고기를 많이 소비하고, 다시마 같은 해조류나 특정 야채가 주류가 아닐까 봤으나 콩과 두부가 반찬의 대세다. 하지만, 삭힌 두부요리인 '토우요우'로는 좀 약하고 기름을 쫙 뺀 오키나와식 돼지조림(고야참푸르)으로도 만족스러운 설명이 안된다. 비결이 뭘까 고민하던 차에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뱃속의 8할만 채우라'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이 ‘하라하치부(はらはちぶ, 腹八分)’라는 말은 오키나와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인데 결국 칼로리를 낮게 유지하며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로 보인다.

오키나와 식단의 단백질 공급원은 주로 닭고기와 돼지고기다. 하지만 직화구이는 없고 주로 삶는 조리법이 대세다. 그것도 두번정도를 삶으며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을 대부분 제거하고 무, 다시마, 해조류, 정종, 간장 등으로 간을 해 부드러운 식감을 준다. 지방을 충분히 제거한 돼지고기는 소화기나 피부 등 인체조직을 원활하게 하며 당뇨병 같은 질환에도 좋다. 또한 단백질을 먹으면서 항상 녹황색 채소와 해초, 콩을 함께 섭취하는데 특히 콩류 섭취량은 하루 평균 120g에 달해 일본 평균보다 세배에 달한다.

오키나와 식단은 소식(少食)으로 시작해 육,해,공의 균형감 있는 영양공급과 저지방, 저염 식단으로 정의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서구식 식생활이 확산되고 낮은 소득수준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로 인해 예전과 같은 장수도시의 명예는 바래졌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선조들이 어려운 시절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다이어트의 원칙이 경제가 더 좋아지면서 무너져 가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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