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한겸 교수팀은 2016년 의정부시에서 발견한 미라의 폐 조직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폐흡충의 성충과 수많은 알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김한겸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미라 관련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폐흡충이 발견된 이번 김의정(가명) 미라 이외에도 2004년 대전에서 발굴된 ‘학봉장군’ 미라의 간에서 간흡충(간디스토마)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학봉장군 미라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미라에서도 간흡충 알을 발견해 조선시대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식습관에 대한 의학적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김교수팀은 폐흡충이나 간흡충 이외에도 조선시대 미라의 기관지나 위장에서 수생식물인 애기부들 꽃가루를 발견하기도 했는데 애기부들 꽃가루는 당시 피를 토할 때 먹는 약재로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김교수는 이에 근거해 학봉장군 미라가 기관지 확장증을 앓았을 가능성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기관지 확장증을 앓으면 노란색 가래가 많이 나오고 폐에 쌓여 염증을 유발하며 결국 기관지가 염증으로 손상을 입어 영구적으로 확장되는 것인데 바로 학봉장군 미라의 폐가 미라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줄어들지 않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병명까지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 미라는 우리의 소중한 의학적 유산”이라며 "출산중 사망해 태아까지 보존되어 있는 세계 유일의 ‘파평 윤씨 모자 미라’나 ‘학봉 장군 미라’ 등을 국립박물관 등 국가 기관에서 보존해 의학적 가치를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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